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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유지의 오독의 나라

이미지와 한국적 록을 탐하는 욕망의 사이키델릭, 국카스텐 (1)

이미지와 한국적 록을 탐하는 욕망의 사이키델릭, 국카스텐 (1) 

부제 :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들이 돌아왔어요!




[ 2집 <Frame>의 첫곡이자 타이틀곡 '변신' ] 
조금 더 철학적인 산울림의 '개구쟁이' 느낌? 우리에게 같이 놀자 청한다.











존재, 불안, 긴장, 강박, 허무, 열등감, 패배감, 남겨진, 고장난, 내몰린, 징그러운, 벼랑 끝의,

추락, 연민, 꿈, 환상, 자아, 관음, 신경증, 분열, 자기 혐오, 벌레, 괴물, 유희적, 탐미적금기, 열망, 욕망   

 


국카스텐의 선율과 가사에서 찾을 수 있는 정서들을 열거하면 대략 이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굳이 구분하자면 5인조 사이키델릭 록밴드 국카스텐(그들을 설명하기엔 너무도 부족하다)의 2집 <Frame>에서도 조금 더 한국적인 색채의 곡들이 가미됐다는 점, 음악을 통한 미학적인 실험을 새로이 시도한 흔적이 드러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러한 정서는 여전하다. 자아와 세계에 대한 정신분열에 가까운 집요한 탐구, 패배감과 조소 그리고 자기연민 등. 조금 더 질서를 갖춰 그 증상을 설명하려하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에 회화와 국악에 대한 욕망이 더해졌다. 아, 물론 실력은 절정에 이렀고.  






첫 번째 앨범이 증상의 발견과 호소에 몰입을 했다면 이번 두 번째 정규앨범은 면역이 된 시선으로 자신에게서 한발 뒤로 물러나 관조하여 질서 있게 증상의 원인을 파헤쳤다. 그 파헤침 속에는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미안의 구절처럼 4년간 끊임없이 붕괴되고 재건된 수많은 국카스텐이 있다.  (하현우)



그러나 국카스텐 음악이 진짜 정신병자(넓은 의미의 정신병, 세련된 현대인들은 다들 정신병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그들이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쏟아낸다는 그 자체에 있다. 적어도, 홀로 고인 물이 되어 썩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모든 부정적인 기운을 예술을 통해 에너지로 치환한다. 그 에너지가 위로의 원천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국카스텐에 대해서 말하자면 내 설(說)도 좀 풀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오래 기다렸다. 5년만이라니. 

웬만한 공연은 이제 거의 예측이 가능해서 셋리스트 적중률이 약 98.88% 정도에 다다르며 1집과 각종 싱글앨범이 진한 사골로 변신해갈 무렵(나가수덕에 조금 더 연명할 수 있었다), 그들은 2집을 준비하겠다며 활동을 끊었고 가뭄에 콩나듯 하는 공연과 인터뷰에서는



2집은 정말 자신있다, 명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2집을 내고나면 라디오 헤드의 귀싸대기를 후려치며 공연하고 다닐 것이다. (하현우)



등의 망언을 했다는 괴소문이 들려오곤 했다. 그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호언장담한 앨범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앨범을 벗겨본 느낌은 앞서 말한 대로다. 사운드가 깔끔해지면서 세련된 느낌이 들어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역시 국카스텐이었다. 1집도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엄청난 질적 성장을 했다거나 밴드가 정서적으로 좀더 성숙해진 흔적이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대로 충분하다. 혹시 팀에서 송라이팅을 맡고 있는 하현우가 결혼을 한다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끝까지 쭉 간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사운드를 이미지화하려는 새로운 기술적 시도들은 물론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하현우의 원래 전공이 미술이라는 게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데, 최근에는 회화를 넘어 영화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경향이 보인다. 국카스텐 음악을 더욱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한가지 지점이다. 심지어 1집 자켓이나 아트워크, 멤버들 의상(...)까지 본인이 그렸다는데, 서고운 작가와 협업한 이번 아트워크보다 전의 자켓사진들이 더 국카스텐다웠다는 생각이 든다. 




[ 꽹과리가 들어간 '매니큐어' ]
국카스텐은 회화·국악과 함께 아이돌(?)도 탐했으나...




사실 필자가 그들의 이번 앨범에서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Tagtraume> '매니큐어'에서 꽹과리를 집어넣으며 한국적 록의 욕망을 보이던 것이 <Frame>에서 더욱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뱃노래를 모티브로 만든 '작은인질'이나 마치 가야금을 뜯는 것 같은 기타 사운드(가야금일지도)가 돋보이는 'Lost'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실 하현우가 끊임없이 소리질러 몇번이고 피를 토하며 성대에 인을 박아 목소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의 발성은 양악의 발성보다 '창'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스레 음악도 국악을 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악 그 자체와 동일시 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한다. 그들은 '한국적'으로 '록'을 재해석하고 있다.  



그렇게 국카스텐 음악의 지향점 두 가지는 이미지와 한국적 록으로 압축된다.

   


그래서,

앨범 얘기는 언제 하냐고?


- 다음 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