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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들림의 힙문학 산책

[리뷰]토이 7집 「Da capo」, 돌아갈 수도 앞으로 갈 수도 없는...



토이의 7집 앨범 [Da Capo]의 앨범명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중 타이틀곡인 '세 사람'을 들으면, '좋은 사람'이 떠오른다. 유희열이 인터뷰나 보도자료에서 밝힌 바 있듯, '세 사람'은 '좋은 사람'의 10년 후 버전 정도 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세 사람'은 진행이나 구성면에서 토이 노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좋은 사람'은 예비역 선배를 놀리거나, 동기들을 놀리는데 자주 이용되었다. 술자리에서 후배나 동생에게 차인(차일) 사람 등을 상대로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를 친절히 열창하곤 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사람'의 서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은 오빠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청춘의 한 장면이었고, 우리는 그 장면 속에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다르다. 청춘의 장면은 회상이 되어버렸다. 서사는 완료되었고, '세 사람'의 가사로 누군갈 놀리기엔 너무 가혹한 일이다. 가사처럼 노래는 '청춘이 멀어'지는 장면 속에 있다. 그래서 '세 사람'은 새롭기보다 돌아보고 있고, 일정부분을 과거에 빚지고 있다.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이번 앨범이 과거에 기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토이의 앨범에서 청춘과 이별은 전작인 6집 [Thank You]부터 진행 중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뜨거운 안녕’에서 보다 담담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이후 트랙배치는 이러한 무드를 반영하듯 김동률에서 잠시 추억하고 머물렀다가 현재로 넘어온다. 크러쉬와 빈지노는 SNS의 사랑을 노래하고, 자이언티와 다이나믹 듀오가 합을 맞춘다. 이 두 곡은 모두 토이의 앨범에서는 낯선 R&B적인 보컬과 랩으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앨범의 한 가운데 위치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 사람’에서 청춘과 작별한 이후, 모든 들뜸과 슬픔의 시간이 아름다운 멜로디로 승화된 인생을 노래한다.


Instrumental 트랙인 피아노가 지난 후에는 여성보컬들의 노래가 이어진다. 김예림, 권진아(3번 트랙의 이수현도 포함) 등 개성있는 신인 보컬리스트부터 이미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선우정아까지. 이전까지 토이의 앨범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기용되었던 여성보컬 조원선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여성보컬이 참여했다. 곡의 화법들도 많이 달라졌다. 기존의 토이 노래는 평범한 남성화자 중심에서 곡을 진행했다면, 어쩌면 가장 토이다운 곡인 권진아가 부른 “그녀가 말했다”에서는 철저하게 여성화자의 시각으로 곡이 전개된다. 음악적으로도 새로운데, 기존의 ‘애써 밝은 느낌’이던 토이식 발라드 코드 진행과는 전혀 다른 기승전결이다.





한낮의 청춘에 열뜬 청년은 이제 이별의 터널을 지나 노을빛 오늘로 접어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둘러보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 모든 단계를 지나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유희열의 자전적인 곡들이다. 하지만 ‘우리’와 ‘취한 밤’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우리’가 꿈들에 대한 아직 희망이라면, ‘취한 밤’은 그 꿈에 취한 채로 맞이하게 된 혼자만의 시간이다. 어쩌면 이 쓸쓸한 엔딩곡이 토이의 7집을 접하는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날 그때였기에 토이다웠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어제의 얘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토이의 노래들은 언젠가 한 번 들어봤지만 예전 같지 않은. 혹은 예전 같을 수 없기에 갈피를 못 찾는 그리움과 변화의 시도들로 느껴진다.


아름다운 것들은 ‘서른 즈음에’ 머무는 것일까. 그렇게 매일 이별한 것들과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당신이 웃으면, 좋아하던 그 시절의 그가 그립다. 그 좋음의 슬픔이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