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 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그 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있네 그 다리 위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1.
다리는 두 장소를 건너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2.
양화대교.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合井洞)과 영등포구 양평동(楊坪洞) 사이를 연결하는 한강다리로서 1962년 6월에 착공해 1965년 1월 25일 준공한 구교(舊橋)와 1979년 1월에 착공해 1982년 2월 2일 준공한 구교 위측의 신교(新橋) 2개의 다리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3.
두 장소를 연결하는 다리의 속성은 두 장소가 물리적으로 구분되어있다는 근원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출근이나 등교처럼 반복적으로 어느 다리 위를 지나다니게 된다면, 그 다리는 아주 특별한 길이 될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일터나 학교로 향하는 다리라면 그 다리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명확한 구분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4.
택시 드라이버인 자이언티의 아버지는 항상 이 양화대교 위에 있다. 새벽에 들어와 잠들어있는 어린 아들에게 별사탕, 라면땅 같은 과자들을 놓아두는 것이 그의 유일한 흔적이다. 어린 아들인 자이언티는 늘 집에서 아버지의 주머니를 기다렸다.
5.
세월이 흘렀고, 자이언티는 돈을 벌게 됐다. 이제 기다리는 건 가족들의 몫이 됐다. 그리고 자이언티는 아버지가 그랬듯, 집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양화대교”라고 대답한다.
6.
아버지는 양화대교 위에 있었고, 지금 아들인 자이언티는 양화대교 위에 있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아버지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이 된다는 것은 일과 가정 그 사이를 끝없이 건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일터도, 가정도 아닌 양화대교 위다.
7.
혹자는 이 노래를 듣고 가사에 비해 감정표현이 너무 인색하다고 한다. 기승전결이 없고 잔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연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보통 가장들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란, 그저 아들의 머리맡에 별사탕과 라면땅 정도니까. 행복하자고 아프지 말자고 끝없이 되뇌면서, 다리를 건너는 것이 전부니까.
8.
아마 이 노래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있다면, 2절의 후렴구일 것이다. 다른 후렴구와 좀 다르게 2절의 후렴구는 두 단어가 더 들어간다.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엄마’와 ‘좀’이다. “좀 아프지 말고”만큼 가족에 대해서 현실적이면서 간절한 애정표현이 있을까?
9.
양화대교는 가정과 일터를 이어준다. 동시에 가장이었던 아버지와 가장이 된 자이언티를 잇는다. 극히 개인적인 자이언티란 아티스트의 가정사가 대중을 감동시키는 노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내 가정들 역시 그 다리로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양화대교나 또 다른 다리의 이름으로. 가장이라는 그 다리 위에 선 누군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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