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 첫] 락키드 (Rock Kid) 오브 부산
요즘의 락키드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었을까?
다른 건 몰라도 모두가 골방에서 시작하여 창대한 끝을 완성시키는 법, 나에게도 그런 락키드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나의 10대는 PC 통신과 전화모뎀 인터넷에서 갓 벗어나 따라 올 테면 따라와보라는 도발적인 광케이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외계어와 이모티콘이 범람했고, 스타크래프트가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꾸준한 원 탑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윈앰프 방송이 유행하여 마이크 하나와 가정용 PC 한 대로 누구나 디스크 쟈-키가 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 BJ가 있다면, 윈앰프에는 CJㅡ사이버 쟈-키ㅡ가 있다.)
국산 P2P 프로그램 소리바다는 나 같이 용돈 받는 10대에게는 천국 같은 공간이었다.
한마디로 ‘방콕 청취하기’에는 최고의 환경이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가 락 음악을 듣게 된 건 순전히 중학생 때 들은 라디오 방송 때문이었다.
학원 끝나고 돌아오면 자기 전 버릇처럼 라디오를 듣곤 했는데, 새벽녘 훌쩍 넘겨 들은 건 당시 신해철이 진행하던 ‘고스트 스테이션’이었다.
청취자들의 골 때리는 B급 사연부터 시작해서 신해철 특유의 독설이 무척 재미졌었다.
특히 한국 인디음악이나 외제 락 음악을 마구 틀어줘서 신화창조 6기였던 나로서는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너무 좋아서였다.’
매주 토요일(로 기억한다), ‘고스트 스테이션’에서는 인디차트라는 코너를 진행했었는데, 몇 주간 한 인디밴드의 1위 독주가 이어지고 있었다.
신해철이 무척 이 밴드를 좋아하여 심지어 방송 하루 분을 이 밴드의 음악으로 채웠었다.
간택의 주인공은 바로 부산의 사이키델릭 락 밴드 ‘타부’였다.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야 -
풋풋한 모습의 타부
(공연 포스터의 출처는 : 타부다음카페(http://cafe.daum.net/tabu)
방송의 열기가 상당했는지라, 타부의 노래가 소개 된 이후로 해체 된 밴드가 재결성이 되고 EP 앨범은 물량이 달려 재발매를 할 정도였다.
나 역시도 이 밴드를 좋아했는데, 연주나 보컬의 극적인 느낌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방구석에서 뒹굴다 그들의 부산 공연 소식을 듣게 된 건 방송에서 그들을 접한 뒤 한참 뒤였다.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때 였을거다.
순진한 어린양이었던지라 그때는 라이브 클럽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2005년에 찍은 바이닐 언더 그라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자켓을 모티브로 한 간판이 인상깊은데
바이닐 언더그라운드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있다.
장소는 그 당시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던 바이닐 언더그라운드 (@ 경성대) 였는데, 들어가자마자 요란한 복장의 관객들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대가 곧 관객들이 머무는 장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공간이 좁고, 가까웠다.
맨날 인터넷 공연 영상이나 음악만 들어서 그렇게 가까이서 보는 타부멤버들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는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에서 같이 환호하다보니 그 낯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난장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모습이 너무 좋은거다.
그 날 이후, 난 '방콕 청취하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은 (당연할 수밖에 없지만) 참 많이 변했다.
바이닐 언더그라운드는 리모델링을 거쳐 관객과 경계가 거의 없었던 무대 단상이 꽤 높아졌고, 관객들의 구역이 무척 넓어졌다.
그리고 폭신한 쿠션과 나무 바닥 대신 반짝이는 타일 바닥과 세련된 무대를 가지게 되었다.
부산 대학가의 퀸, 스테레오 포닉스, 서면의 6.25 등 라이브 클럽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경성 대학가의 재즈클럽 몽크나 부산대 쪽 무몽크, 인터플레이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관급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어 부산에서 밴드들의 라이브 공간은 무척이나 다양해지고 있다.
야외 무대를 가질 수 있는 공공장소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관급기관에서 운영하는 밴드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있다.
그 뿐인가.
밥을 먹는 식당, 차를 마시는 카페를 넘어 소소한 공연을 함께 곁들이고자 하는 사장님들도 늘어나고 있고
해운대와 광안리는 버스커들의 천국이 되었다.
왠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혹여 '배경'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부산만의 인디문화가 자생력을 가지고
(나의 바이닐 언더그라운드 혹은 타부처럼) 부산 락키드 누군가의 소중한 처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음악 ㅡ
나의 타부앓이의 계기가 된 [타부의 월식]이다.
꺼슬한 맛이 있다.
p.s 1 – 현재 타부의 보컬 망각(양주영)은 ‘망각화’라는 밴드로 서울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고,
타부의 기타 니낙은 밴드 ‘Night Shade’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으며 최근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예전보다 상당히 말랑하고 달콤해졌지만 듣기 좋다.
p.s 2 – 왜고해성사한거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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