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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첫날 밤

[vol.1 : 첫-] 세상 모든 젊은 'X년, 놈' 들에게

 


젊은 우리 사랑

아티스트
검정치마
앨범명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발매
201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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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오 젊은 사랑 그것은
너무도 잔인한 것
어린 맘에 몸을 실었던
내가 더 잔인한가
모든게 잘못 돼서 죽어 버릴 듯
위태롭던 우리 일 년은
눈물과 거짓말이 배어나오던
수많은 상처들만 남겼다

오 흉터도 하나없이
깨끗이 아물어 버린 그 곳
우리 추억을 집어 삼켰던
예전엔 내입이 있던 곳
이제는 말해줘도 괜찮을텐데
그 어려웠던 한 마디를
눈물과 거짓말이 배어나오던
수많은 상처들이 대신 말한다

젊은 피가 젊은 사랑을 후회 할 수가 있나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는 나도 누구의 버림을 받겠지
그래도 나는 아무 상관없는 걸

오 그때는 몰랐었네
내가 왜 그랬는지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
날 많이 괴롭혔던가
나 역시 흘린 피가 젊었을텐데
이젠 나도 그녀와 닮았네
눈물과 거짓말이 배어나오던
수많은 상처들은 벌써 잊었다

정말로 나는 아무 상관없는걸
될대로 되고 망해도 좋은걸
내가 정말 사랑했던사람은
나 나 나 나 나 나

 

 

 

 

 

 

 


[vol.1 : 첫-] 세상 모든 젊은 'X년, 놈' 들에게


 


 

‘언젠가 이 연애가 끝나는 날이 온다면, 최대한 고통스럽게 끝났으면 좋겠다.’


 

이 연애가 기어코 사랑으로 변할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런 것쯤 적당히 해도 된다고 여겼다. 젊음이 되어 살아온 짧은 기간동안 여러 사람들을 거치면서 나는 참 많이 찔리고, 베였으며, 닳고 무뎌졌다. 양 손에 사람을 쥐고 재는 천칭 또는 모두를 수용하는 넓은 마음씨의 문어발 인간들을 겪으면서, 아니 정확히는 그들에게 속으면서. 그들 중 누군가는 억울하다며 항변할 수도 있겠다. 그래, 호르몬의 장난질이 만들어낸 사랑의 가변성이었겠지. 어쨌거나 몇 번의 경험으로 나 또한 제법 능숙하게 감정을 속일 수 있게 되었고, 점점 더 잔인해져갔다. 미안하지만, 진심을 호소하는 이들이 그렇게 우스울 수가 없었다.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병리현상이라 치부했다. 실제로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대체로 정상범주를 넘어선 것들이기도 했으며 당시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감정과잉 아냐?’, ‘착각하지 마. 그건 내가 아니라 널 사랑하고 있는 것뿐이야.’ 온갖 영화에서 첫사랑이 ‘X년, 놈’으로 묘사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물론 그 땐 너무 어려서 뭘 몰랐다는 변명과 함께 비뚤어지고 못났던 내 어린 날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다들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오- 젊은 사랑 그것은 / 너무도 잔인한 것♪’


 

그렇게 어느 노랫말처럼 ‘다치지 않을만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알고 있다. 이 모든 건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 만들어낸 자기 방어라는 걸. 하지만 어떡해, 아픈 건 정말 싫은 걸. 고통은 자기중심주의의 위대한 학교라고 했던가. 아플 때 사람은 비로소 홀로 남게 되며 그 속에서 이기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진심을 다했다가(사실 진심을 다해본 적도 없으면서) 뒷통수를 맞고 장렬하게 몸부림치며 홀로 남느니, 거짓으로 안전하게 적당한 선에서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믿게된 것이다. 그럼 안만나면 되지 않겠느냐고? 외로운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런데 말이야, 하면 할수록 더 외로워지는 건 어찌된 일인지.


 

‘오- 그때는 몰랐었네 / 내가 왜 그랬는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시험하며 ‘이래도 내가 좋으냐, 이래도 사랑을 믿느냐’며 족족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 그 사람들이 버티건 못 버티건(결국 못 버티게 만들거나 버텨내면 밀어버렸지만) 내가 얻는 것도 없었다. 여전히 누군가 첫사랑에 대해 물으면 나는 벙어리가 되었다. 처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없었다고 믿고 싶은 것일 수도. 대개 처음은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그렇다 해도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모두가 첫사랑은 아닐 테고 돌이켜보면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난 지금까지 뭘하고 있었던 거지?

 

‘내가 지금까지 뭘하고 있었던 거지?’라는 물음을 다시 한번 던지게 된 건 글의 첫 질문을 떠올렸을 때였다. 내가 그때 당시 하고 있던 짓들을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이렇게 후회하게 될 지도. 그동안 연애를 대할 때 나는 매우 오만했으며, 사랑을 배우면서는 몹시 앓았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지만, 그들과 똑같이 앓고 있다. 딱 그런 표정, 그런 간절함으로. ‘혹시 이런 게 사랑인가?’라고 최초로 인지했을 때는 그의 정상범주를 벗어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사실 곁의 누군가가 귀띔해주기 전까지는 그게 이상한 것인줄도 몰랐다. 할 일을 다 버리고 꼭 그 사람을 봐야겠다거나, 몇시간이 걸리는 길을 한밤중에 달려가서 놀라게 한다거나,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자신이 손해보더라도 상대를 더 생각한다거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나 역시 흘린 피가 젊었을텐데 / 이젠 나도 그녀와 닮았네♪’


 

왜,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그녀>(2013)에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OS와 연애를 하는 테오도르가 친구에게 ‘나 미친 것 같지?’라고 묻자 친구는 대답한다. ‘무슨! 사랑에 빠지면 다 미치게 돼,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미친 짓이거든.’ 영화관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무릎을 탁 치고 싶은 것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그 미친 짓들을 이제는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미친 짓. 그래, 어쩌면 지금 나는 정신병 초기에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병세가 점점 더 악화될지도 모르지. 사실 두려운 건 변하지 않았다. 겁쟁이가 어디가겠나, 아픈 건 아픈거지. 그리고 감히 처음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말을 뱉으면 꼭 진짜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도 확실한 건 이제 더 이상 도망치는 짓은 하지 않을 거란 거. 아니, 빠져나오기엔 늦어버렸을 수도. 그동안 나로 인해 괴로워했을 사람들에 대한 속죄이자 지금 나의 젊음에 대한 예의로, 주저없이 사랑을 하고 아낌없이 상처를 받기로 했다. 그리하여 만약 이 연애의 끝이 있다면 최대한 고통스러운 끝이었으면. 결국 이 사람도 'X놈'이 되거나 내가 한번 더 'X년'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는 지금 내가 걱정할 몫이 아니다. 반쯤 뜬 눈과 몽환적인 목소리로 흘리듯 노래하는 조휴일의 토닥임이 들린다. 모든 젊은 사랑에 대한 직설적인, 참 그다운 위로이자 격려 한소절. 


 

‘젊은 피가 젊은 사랑을 후회 할 수가 있나 /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음악 선정의 변] 이 생각을 할 무렵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검정치마의 ‘젊은 우리 사랑’

경쾌한 듯 쓸쓸한 기타 연주, 어눌하게 읊조리듯 고백하는 창법과 담담한 음색이 참 좋다.

가사도 어쩜 이렇게 잘 쓰는지. 젊은 사랑의 순수성과 폭력성, 그 양면을 잘 표현했다.

우리 모두 사랑에 무지했던 그때, 그리고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회상하게 될 지금을 생각하며 들어보길. 추천. 라이브는 비추지만(...)








모조 (sdyouji@naver.com)

유희적 인간. 재미없는 일은 견딜 수 없다. 흥미는 나의 동력. 


물론 끝이 나지 않는 편이 가장 좋겠죠:)

우리 모두의 첫-사랑을 응원합니다.

그것이 과거, 현재, 미래 그 어디에 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