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문세 씨 이야기를 할까 해요.
제가 이 아저씨를 처음 본 건 유치원 다닐 적이었습니다. 당시 이문세 씨는 MBC의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MC였습니다. 지금은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일밤’의 한 꼭지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만큼─그나마도 저 두 코너가 없었다면 ‘일밤’은 폐지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결혼했어요’와 ‘세바퀴’가 개별 프로그램으로 독립한 이후의 ‘일밤’은 ‘나는 가수다’ 이외에는 롱런한 코너가 없었으며 로마의 군인황제 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수없이 많은 코너가 단명했습니다.─ 존재감이 지리멸렬해졌지만 당시에는 롱다리 이휘재의 ‘인생극장’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죠.
'그래 결심했어!' 기억하십니까?
얼굴이 길지만 편안한 외모에 말솜씨가 괜찮았는데 원래는 가수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걸 못 봐서 그런지 가수라는 느낌은 크게 받을 수 없었는데 몇 년 후 ‘조조할인’이 히트하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었지요.
조규찬 씨가 코러스를 넣으신 것, 알고 계셨나요?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문세 씨는 연예계 생활을 가수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DJ로 데뷔했으며 텔레비전 출연도 ‘달려라 중계차’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역할로 시작했습니다.
그가 가수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된 작곡가 이영훈 씨와 손을 잡은 3집부터입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에는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로 골든컵을 수상한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비롯해서 ‘빗속에서’, ‘휘파람’, ‘소녀’가 있습니다.
전설이 된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시작한 것도 이즈음입니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11년 동안 진행하면서 밤의 교육부장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후 나온 4집과 5집은 대한민국 가요계의 한 획을 긋게 됩니다. 4집 수록곡이 ‘사랑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면’, 오늘 걸어놓은 ‘깊은 밤을 날아서’, ‘그女의 웃음소리뿐’이고 5집 수록곡이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이니 그 위용을 짐작할만합니다.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문세 씨는 또한 말상의 아이콘입니다. 툭하면 말과 엮였고 심지어 본인의 홈페이지 이름도 ‘이문세의 마굿간‘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분위기의 유열 씨, 이수만 씨와 엮여서 馬三트리오로 불렸습니다. 유열 씨와 이수만 씨는 그렇게까지 얼굴이 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말과 닮았고 이문세 씨와 마찬가지로 입담 좋고 MC로도 자주 나온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명이서 자동차 광고를 찍기도 했지요.
생각해보면 예전 영상들과 비교해서 최근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프로필 상으로는 1959년 생이지만 실제로는 1957년 생인데 한 두 살 어린 설운도 씨와 조형기 씨에 비하면 굉장히 젊다는 느낌이 듭니다.
주제가 밤이니 다들 우중충한 노래를 올리실까봐 별밤 – 일밤 – 깊은 밤이라는 연상으로 이문세 씨를 끌어들여보았습니다. 개강이 내일인데 2학기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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