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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첫날 밤

[vol.3 : 밤] 그들 각자의 밤



 2003년에 일본인 의사인 사이쇼 히로시가 출판하여 국내에 번역된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은 출간되고 나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붐을 불러일으켰다. 회사나 각종 공동체들은 '아침 일찍'을 어디에든 일단 다 갖다 붙이고, 주말에 늦잠을 자는 남편과 아이들 또한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잔소리에 시달리기도 했다. 책 한 권의 후폭풍이 얼마나 심했던지, 1년 뒤인 2004년 3월에는 만화가 이우일 등이 공저한 '아침형 인간 강요하지 마라'라는 책이 나올 정도였다. 두 책 모두 읽긴 했는데, 한 권은 강요로, 나머지 한 권은 강요로 인한 반항심으로 읽었다. (뭐가 강요고 뭐가 반항인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실, 아침이나 낮을 소재 혹은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보다는 밤이 주가 되는 것이 많다. 그리고 밤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원안 소설 '나는 텐프로였다'의 소재원 작가가 2009년 출간한 '밤의 대한민국'이라는 소설의 프롤로그에는 '대한민국은 오후 6시 이후에 가장 많은 현찰이 소비된다. 밤의 대한민국, 이곳에서 교훈과 같이 전해지는 말이다.'라고 쓰여 있고, 한동우, 병수씨의 Daum 웹툰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제목부터 이미 밤이 체고시다 에서는 '강남의 밤에 일어나는 불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정치인들이 낮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동력이니까요.' 등의 대사도 있다.

 어쨌든, 빛보다는 어둠이 얘깃거리가 많고, 낮보다는 밤이 가십거리가 더욱 많은 법. '밤은 사람을 감성터지게 한다.'는 말도 있듯이, 밤이 되면 괜스레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지기도 하고, 센티멘털을 빙자한 청승의 농도도 더욱 짙어진다. 음감대 세 번째 이야기, 바로 '밤'이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지만 낮이 되면 이불을 걷어찬다카더라


 밤은 까먹어야 제맛

 사실, 밤을 소재로 한 노래와 음악은 굉장히 많다. 역으로 생각했을 때, 낮을 소재로 한 노래가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밤'이라는 소재는 노래에 쓰기에 참 좋은 것 같다. 제목에 '밤' 혹은 'Night'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는 잊을만하면 수시로 나오고, 심지어 '2AM'과 '2PM'으로 새벽반 오후 반을 나누는 모 소속사의 의지까지 돋보이기도 한다.

 오늘 포스팅할 노래는, 어쩌면 '밤'으로 유명한 노래들과는 조금 다른,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워낙 구석탱이에 있는 것을 찾아내기 좋아하고, 앨범을 사도 타이틀 곡보다 가려진 수록곡을 더 좋아하다 보니, 오늘 소개할 곡 역시도 그런 틈새시장에서 나온 노래인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었던 것은 부산 남포동 아트박스에서였다. (개인적으로 부산 남포동과 서면 아트박스의 음악 선곡을 누가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거기서 건진 주옥같은 명곡들이 너무 많다.) 남포동 아트박스의 경우는 서면과 다르게 노랫소리가 크지 않은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들어보려면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 최대한 가까이 까치발로 달라붙어야 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야 할 때도 있다.


그나마 이정도면 귀여운 까치발 소리라도 듣지...


 지난봄, 살 것 들이 좀 있어서 남포동 아트박스를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날도 역시 귀를 즐겁게 해 주는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임다미의 'Super love', 앙리의 '그때 그 때로' 등등 지금도 꾸준히 즐겨 듣는 노래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슬슬 구매를 마무리하고 계산을 하려는 중에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제는 분명히 코드나 리듬은 익숙한 노래인데, 계속 듣고 있으니 기존에 알고 있던 노래가 아니었다. 새로운 노래를 들으면 즉시 '네이버 뮤직 음악검색'을 이용하는데, 이때 나타난 제목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노래였다.

Miss $ - Ladies night

모두 즐겨 이 Funky Beat 흘러가는대로 움직이는 나의 몸짓
Yeah I don't care 사람들의 눈빛 Now DJ don't stop bring the beats

Oh 오늘 밤은 나를 피해 남자는 동물 Shut up 필요없어 말 동무
할 생각은 말고 저리 비켜 제발 모든것들이 귀찮으니 자릴지켜 Now
남잔 다 똑같아 모두가 나이가 많건 적건 무슨일을 하건 모두 다
원하는 건 바로 오늘밤 단지 하룻밤을 위한 친절함

단지 남자가 필요할 땐 힘쓸 때 무거운걸 들고 옮겨 다닐 때
때론 높은 곳에 못을 박을 때 그 때면 충분해 Yeah
남자는 여자의 그 사랑을 몰라 남자는 여자의 그 마음을 몰라
몰라도 정말 너무 몰라 어떻게 날 버리고 그 여자를 골라

정 주면 멀어져 맘 주면 떨어져
다 주면 버려져 모르겠어 남자들의 마음을 (난 달라 영원히 Only you)

필요없어 Tonight (Alright) Tonight (Alright)
Tonight (Alright) Alright (Yeah 여긴 여자만의 Party)
Tonight (Alright) Tonight (Alright)
오늘 밤은 여자들끼리 All night

1 2 3 and 4 우리 사랑은 달콤하게 Come on
1 2 3 and 4 시간이 지날 수록 단순하게
편안한 남자보다 이젠 여자가 편해 남잔 결국 모두가 뻔해
남자들은 원해 여자들의 누드 여자들은 원해 남자들의 무드

단지 남자가 필요할땐 외로울 때 밤 늦게 집에 데려다 줄 때
배고플 때 맛있는거 사 줄 때 그때면 충분해 Yeah
Oh 남자는 여자의 그 사랑을 몰라 남자는 생각보다 여자를 몰라
놀라워 정말 너무 놀라 어떻게 날 버리고 그 여자를 골라


정 주면 멀어져 맘 주면 떨어져
다 주면 버려져 모르겠어 남자들의 마음을 (난 달라 영원히 Only you)

필요없어 Tonight (Alright) Tonight (Alright)
Tonight (Alright) Alright (Yeah 여긴 여자만의 Party)
Tonight (Alright) Tonight (Alright)
오늘 밤은 여자들끼리 All night


슬로우한 걸음 옷도 센스 있게 몸에 밴 매너 널 먼저 걷게해
I got your back  니가 생각하는 멍청한 남자들관 비교가 안돼 
나 할일이 많아, 잠깐 쉬었다 가자고 말 안해 never 너와 시간늦게 

돌아다니지도 않어. 이제 말해봐 girl니가 원했던 남자가 나라고


 버벌진트, San E 등이 소속된 브랜뉴뮤직의 여성 그룹 미스에스(Miss $) 미스에이 짝퉁 아닙니다 가 2013년 7월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Lo$t &  Found'의 3번째 트랙 수록곡이다. 타이틀곡 '니가 아니었기를'과 '여인의 향기', 그리고 오늘의 포스팅곡 'Ladies night' 모두 과거의 미스에스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들이다. '니가 아니었기를'은 2008년 데뷔 앨범 'Miss $ Diary'에서, '여인의 향기'는 2011년 정규 2집 'Miss Terious'에서,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Ladies night'는 2009년 발매된 프로젝트 앨범 'BlueBrand PART 1'(MC 몽& 나비의 'Simple love'로 유명한 앨범)의 수록곡이었는데, 세 곡 모두 새로운 편곡과 새로운 피처링으로 재탄생된 곡들이다. 

 'Ladies night'의 원곡은 Sol flower의 피처링으로 이루어졌는데, 리패키지 앨범에서는 '트로이'의 멤버 '칸토'가 피처링에 참여했고, 곡 역시 조금 슬로하면서 펑키 한 느낌이 더 잘 살게 재탄생되었다. '남자 없이 잘 살 수 있다'라는 당당한 여자들의 마음을 가사로 나타낸 이 노래가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익숙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오는 내내 'Ladies night'를 들으면서 생각을 헤집어보았다. 어떤 노래와 비슷했던가, 왜 내 귀에 익숙했는가. 한 시간 가까이 고민한 끝에, 집에 다 와갈 때쯤 그 해답을 찾았다. 'Ladies night'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15년 전에 내 귀를 비슷하게 자극했던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GOD - Friday night


맘 이맘 부풀어 오르는 이밤 right alright it's friday night

감 예감 좋은 예감이 드는 이 밤 tonight's the night oh friday night

 

금요일 밤 오늘 밤 오 오늘은 월급 탄 밤

기분이 삼삼한 밤 아침부터 왠지 좋은 예감

yeah it’s OK 자 기분 좋아 Yeah feel aright 자 어디든 가

우리 준이형 태우 호영 데니 다 모두 나갈준비 됐니

 

어두워진 거리를 미끄러져 가는 우리들 god 다섯 남자들

주머니 꽉찬 시계는 안봐 멋진 자동차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여인들~~ 마주치는 시선들~~

you want me l want you too then tell me i'll come to you

 

맘 이맘 부풀러 오르는 이맘 right alright it's friday night

감 예감 좋은 예감이 드는 이 밤 tonight's the night oh friday night

 

드디어 도착한 클럽 앞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고 서로 의식하고 저마다 자기들의 무게를 잡고

마음의 준빌 시작 한다 이제 곧 있으면 시작한다

오늘의 승자는 누구일까 Oh 또 어떠한 커플이 탄생할까

 

선수입장 들어간다 자 들어간다

god가 나가신다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비켜나라

자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 자 돌아가는 조명들이

금요일 밤이 온걸 알리네 자 어서 이밤을 즐기세

 

좋아~ 기분 좋아~ 오 그대와 나 오늘 멈추지마

음악~ 멋진 음악 흘러나와 and it'll feel all right

 

pump it up everybody say tonight's the night tonight's the night

hey ho tonight's the night tonight's the night

pump it up every body say tonight's the night tonight's the nigh

ho ho ho ho ho tonight's the night tonight the night

 

이제는 dance time come on stage 어디지

오 저기서 우릴 부르지 우리들을 향해서 손짓하지

. 우리들의 무대다 모두 비켜라 남자들은 비키고 여자들은 남아라

그리고 보아라 you want me? baby you can have me

 

맘 이맘 부풀어 오르는 이밤 right alright it's friday night

감 예감 좋은 예감이 드는 이 밤 tonight's the night oh friday night

맘 이맘 부풀어 오르는 이밤 right alright it's friday night

감 예감 좋은 예감이 드는 이 밤 tonight's the night oh friday night


 1999년 발매된 GOD의 2번째 앨범 'Chapter 2'.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애수' 등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앨범이었는데, 그중의 수록곡 'Friday night'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불금을 최초로 공식적으로 언급한 가수 다섯 멤버가 클럽에서 금요일 밤을 즐기는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15년이 지난 요즘 들어도 여전히 흥겹다.
 Miss $의 'Ladies night'와 GOD의 'Friday night'. 어쩜 제목조차도 콘셉트가 비슷하다. 그리고 노래의 느낌마저도 비슷하다. 그날 밤 집에서 간단한 실험을 해 보았다. 'Ladies night'와 'Friday night'의 BPM과 음조를 똑같이 조절한 후에 후렴구를 겹쳐봤는데, 혼성그룹이 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라 해도 거짓말이 아닐 정도로 코드와 느낌이 완벽하게 매칭이 되었다. 두 노래가 발매된 건 각각 1999년과 2013년. 14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무색할 만큼 완벽한 하모니의 재탄생이었다. 한 가지 실험을 더 해보았다. 'Ladies night'의 후렴구 MR에 'Friday night'의 후렴구 보컬을 덧씌워보고, 반대로도 해 보았다. 세상에, 리믹스인 줄 알았다. 전혀 이질감이 없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거울 같은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두 노래가 나온 시기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두 노래는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GOD의 노래는 불금을 맞이한 남자들의 말, Miss $의 노래는 밤을 맞이한 여자들의 말. 하지만 두 노래 가사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밤이 좋다는 것. 그들에게 있어서 밤은 살아 숨 쉬는 시간이다. 태양은 지고 공기는 어둡지만 밤의 열기는 밝다. 달력의 색깔은 점점 밝아오고, 그들의 열정 또한 달아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의 밤은 안녕하십니까

 야간 출근조, 밤공부, 2AM, 철야작업, 당직. 밤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웹툰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에서는  '이 나라에만 통하는 명언이 있어. 강남의 밤을 지배하는 자가 대한민국을 지배한다.'라는 자극적인 말도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밤에 깨어 있는 이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시간개념이 없는 사람, 게으른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그들의, 아니 우리들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는 아닐지언정 당신들의 낮'만큼'이나 화려하고 살아있다.

 밤잠을 잊은 그대들에게, 떠오르는 태양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지친 몸을 어디엔가 뉘는 그대들에게, Friday night가 되었건 Ladies night가 되었건 그대들 각자의 멋진 다음 날 밤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여러분의 다가올 밤 또한 안녕하길 바랍니다.



어릇광대 (vjatls@naver.com)

Keep rockin, more over.


사실 밤이라는 시간은 핑계를 대기도 좋잖아요,

센티멘털을 방패 삼아 하기 힘들었던 말도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다음날 아침 이불을 걷어차는 것도 우리네 몫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