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래 다른 노래> Another Plan
지극히 주관적인 남녀듀엣곡 Best 3
이번엔 기존의 Plan R이나 고인이 되어가는 Plan D가 아닌, 특별한 글을 준비했다. 절대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 게 아니다. 사실 촉박했다 3월부터 극도로 바빠진 탓에 가뜩이나 저퀄인 글이 더욱 가벼워지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뭔가 꽉 찬 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있어보이기라도 하는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런 건 우리에게는 있을 수가 없다.
이번 포스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녀 듀엣곡 세 곡을 선정해보았다. 사실, 남녀 듀엣곡은 어지간히 망한 노래가 아닌 이상 늘 평타 이상의 호황은 누린다. 외국의 완성도 높은 Pop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1), 우리 나라의 남녀 듀엣곡들 또한 음원 차트에서, 노래방 인기 순위에서 항상 차지한다. 후 커플들 아이유와 임슬옹의 '잔소리'나 SG wannabe와 Brown eyed girls의 'Must have love'같은 발랄한 노래도, 임재범과 박정현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나 윤현상과 아이유의 '언제쯤이면'같은 달달한 노래도, 언제나 인기가 많은 편이다. 역시 아이유!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노래의 인기도 상승했던 서인국 정은지의 'All for you'같은 노래도 빼 놓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노래 셋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남녀 듀엣곡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러나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아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노래들에 비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동과 파급력은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그건 니 생각이고
3위는 김경희누님소찬휘와 김경호의 와 미쳤다ㄷㄷ '일엽락'이라는 노래이다. 2000년 3월에 발매된 소찬휘의 4집 'First Bridge'(1) 수록곡으로, 여성 로커 소찬휘와 남성 로커 김경호라는 무지막지한 조합이 만들어낸 노래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찬휘의 솔로곡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 얘기하자면 듀엣곡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경호의 파트는 후렴구에서의 로우 화음과 P.브릿지에서의 솔로파트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남녀 최고의 로커로 손색이 없었던 두 사람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사실, 남녀 로커의 듀엣은 안 어울린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노래가 바로 그 반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소찬휘의 경우 '불후의 명곡'에서 시나위의 보컬 김바다와 함께 '모나리자'를 하드록으로 편곡해서 흥행을 시켰기도 했으니..편견임이 확실하다.
굉장히 좋은 노래인데, 각주에서 썼듯 전설의 노래 Tears로 인해 묻힌 감이 없지 않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요즘 어째어째 연명하는 나가수3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한번 이벤트성으로 이 노래를 불러줬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을 꿈꾸고 있다.
2위는 Voice one의 '못난 내 사랑'이라는 노래이다. Voice one은 장혜진과 먼데이키즈, 일락의 프로젝트 그룹명으로, 장혜진이 이들의 스승이라고 한다. 2009년 1월에 발매된 프로젝트 앨범 'Remembrance'의 타이틀곡이다. 당시 장혜진은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2006년에 귀국해서 한창 음악활동을 하던 시기였는데, 이 시기의 노래들은 다양한 가수들과의 피처링을 통해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던 시기(2)였다. '못난 내 사랑'의 경우 장혜진의 기존 스타일에서 확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제 간의 케미스트리가 대폭발한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데이키즈나 일락이나 장혜진이나 평범한 음역과 평범한 호소력은 아닌 만큼, 이 노래 역시 남녀의 절절한 슬픔이 묻어나는, '불러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물씬 나게 하는 노래라 생각한다.
대망의 1위는 CS numbers의 '가슴으로 운다'라는 노래이다. 남성 듀오 디셈버와 제이세라, 아이린, 윤미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당시에 같은 소속사(3) 식구였던 멤버들이 모여 이런 엄청난 노래를 뽑아냈다.(물론 엄청난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이린과 윤미는 일단 둘째치더라도, 디셈버나 제이세라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음역이 아닌데, 시작부터 제이세라가 확 높여놓고 시작해서 기를 죽인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하모니와 애드리브는 6년이 지난 아직도 개인적인 최애곡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군 복무 중이었는데, 라이브 무대를 보고 한동안 이 노래만 미친 듯이 듣고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아직도 잘 부르진 못한다 디셈버가 겁나 사기에요 진짜
사실 이 노래가 주관적인 최애곡 Best 1인 데에는 뭔가 이론적이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좋은 노래에는 굳이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던가?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아무 이유 없이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노래 제목이 가슴으로 운다인가 그리고 아직까지도 꼭 다른 사람과 함께 불러보고 싶은 노래이기도 하다. 번외로, 이 노래를 디셈버 멤버 둘이서 남자 키로 부른 버전도 있는데, 그 버전 역시도 굉장히 좋다.
1+1이 2라는 말은 수학에서나 성립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의 호흡, 두 사람의 하모니는 절대 2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두 사람이 한 노래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 가사를 공유하고, 마음을 공유하고, 음과 소리를 공유하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는 것 같다. 남남듀엣, 여여듀엣과는 또 다른 그런 느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닐까?
<각주>
(1) 바로 그 'Tears'가 수록된 앨범이다.
(2) 이 시기 장혜진의 노래 중 대표곡을 뽑아보자면 윤민수와 함께한 '그 남자 그 여자', 리쌍의 개리와 함께한 '불꽃' 등이 있다.
(3) 소속사명이 CS해피엔터테인먼트이다. 그래서 그룹명이 CS numbers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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