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R - 4
놔눈 크퉤 쑴켜를 늑퀼 쑤 힜써효오오
일각에서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추억팔이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는 것은 그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과연 기억들이 아름답기만 할까 단순히 그 시절의 사실들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때 느낀 감정들과 마음까지 곱씹는 맛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났을 때 늘 그래왔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예상보다 훨씬 엄청난 인기를 불러모았고, 추억의 가수들이 다시 부른 노래들은 음원 순위를 역주행하며 설기현? 주요 음원차트를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한도전이나 주요 음원 사이트들의 주 이용자가 10대, 20대엔 점을 감안해봤을 때(1), 이는 엄청난 일이라 할 수 있다. '토토가'에서 나온 노래들이 현 20대 후반~30대 초, 중반의 팬심을 자극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10대나 20대 초반의 연령층에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이번 음원순위가 아닌가 싶다. 그 시절 학생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지금의 학생들과 청년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날의 가요계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듣는 노래'들의 향연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의 귀를 행복하게 해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 그 시절 가수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노래하는 모습은 언제나 반갑다. 그 시절 팬이었던 이들은 다시 돌아온 그들을 향해 눈물겹게 열광하게 되고, 그 시절의 노래를 잘 모르던 이들은 가수들의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여유와 노련함에 열광하게 된다. 오늘 포스팅할 노래 역시 그 때 그 시절 가수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와 부른 노래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이의 노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이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 멘트 언젠가 다른 글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오늘날의 故 신해철과 N.E.X.T를 있게 한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래로, 1988년에 나온 노래지만 요즘 시대의 학생들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노래다. 故 신해철의 생전 에피소드야 한두개가 아니라지만, 이 '그대에게'라는 노래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아버지에게 숨기기 위해 큰아버지에게 빌린 돈으로 동네 문구점에서 멜로디언을 사서 이불을 덮어쓰고 작곡했다는 이야기나, 당시 신시사이저가 디스켓에 음원을 저장하는 방식이었는데,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디스켓을 읽지 못했다던 이야기라든가. 사연이 많은 노래인만큼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대체 사연이랑 흥행이랑 무슨 상관이야 멍청아 1988년 대학가요제 모음집에 대상이었으니까 당연히 수록되었고, 신해철 솔로 2집 'Myself'에 재수록되었다가 5.5집 'ReGame?'에서 리마스터링을 거치게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무한궤도와 신해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들 중 하나이자,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부 응원곡의 1순위이기도 하다.
'그대에게'는 그 엄청난 인기에 걸맞게 각종 경기의 응원곡 뿐만 아니라 많은 행사나 공연, 음악 무대에 오르내렸고 수많은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할 같은 노래 다른 노래는 바로 Buzz의 무대이다.
Buzz가 부른 '그대에게'는 2015년 1월 3일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180회 방송인 '희망의 노래, 힘내라 2015!' 편에서 나왔다. 8년만의 완전체 방송 복귀를 한 Buzz를 기다리던 팬들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2000년대 중반 아이돌이 약세를 보이던 시절, 미디엄템포의 SG 워너비와 락발라드의 Buzz. 이 두 그룹의 인기 대립은 이전 시대 핑클과 SES, HOT와 젝스키스 만큼이나 뜨거운 떡밥이었다. 이후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SG 워너비는 멤버 교체(2)와 지속적인 활동으로 그 명성을 계속 이어나간 반면(3) Buzz는 멤버들의 군 입대로 인한 해체, 민경훈의 건강상태를 무시한 스케줄 강행으로 인한 천식, 그로 인한 창법과 실력의 하락으로 점점 잊혀져갔다. 민경훈이 군 복무 당시 위문열차에서 공연했던 영상은 수많은 Buzz 팬들과 민경훈 팬들을 다른 의미로 울렸다.
민경훈의 제대 이후로 Buzz 재결합에 대한 수많은 떡밥이 나돌았는데(4) 끝내 재결합이 이루어지면서 새 앨범을 냈고,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정말 오랜만에 방송에도 돌아왔다. Buzz의 '그대에게' 무대는 故 신해철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응원단과 함께 꾸며졌다. '불후의 명곡'에서 자주 나오는 이색적인 편곡은 없었는데, 사실 무한궤도나 Buzz나 일단 기본적으로 밴드 세션이기도 했고,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최대한 잘 살린것이 좋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무한궤도 노래를 어떻게 편곡을 하겠어 그것도 그대에게를 이 무대는 앞서 '일어나'를 불렀던 JK 김동욱을 416표로 누르고 2승까지 기록했으나, 마지막네 나온 편곡 끝판왕 울랄라세션에 패배하여(5)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는데,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는 180회 수록곡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인기를 기록하고 있다.
노래 실력이 과거만 못하면 어떠한가? 음악이 예전만큼 못하면 또 어떠한가? 한 때 우리를 열광하게 했던 이들이 다시 우리 앞에 돌아온다는 것. 다시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다. Buzz의 '그대에게'는 민경훈을, Buzz를 기다렸던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보듬어주었음은 물론, 故 신해철을 기리는 팬들의 마음 또한 함께 보듬어주었다. 기술적인 이야기, 음악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정말 보고 싶었던 이들의 귀환.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즐겁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토토가'도 그렇고, 지나치게 써먹는 '불후의 명곡'도 그렇고, 다시 돌아온 그들의 모습은 비록 예전의 모습 그대로가 아닐지라도 언제나 반갑다. 앞으로도 우리 곁에서, 우리 앞에서 오래오래 노래해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언제든 함께할테니까.
<각주>
(1) 객관적이고 정확한 근거가 있지는 않지만, 평소 음원 랭킹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2) 이석훈의 영입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故 채동하와 김용준의 음색이 비슷해서 SG워너비의 멤버가 둘인 줄 알았다카더라 전혀 다른 색을 가진 이석훈의 목소리는 김용준도 살아나게 했다는 의견이 많다.
(3) 2000년대 후반부터 아이돌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발라드 가수들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 중에서 그나마 힘겹게 이어온 소수 중 하나가 SG 워너비이다.
(4) 설을 빙자한 썰이 많았는데, 민경훈이 제대하던 당시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예고했다.
(5)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로 423표를 획득하면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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