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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같은노래 다른노래

Plan D-3.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D - 3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스프와 밥, 식빵과 김(개인적으로 식빵과 김의 조합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갈비 타고. 어째 예를 든 것들이 전부 음식인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본성 어디 가나 퓨전은 이제 더 이상 볼썽사납거나 못 봐줄 것, 정체성을 잃은 것이 아니다. 이제는 퓨전이라는 것이 이색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은 시대가 아닌가 싶다.


 퓨전은 앞에서 예를 들었듯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본성 티 내는 게 아니라니까ㅠㅠ 그러나 음식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퓨전이 존재한다. 오천크스 퓨전합 말고요 다문화 가정, 멀티플렉스 등등 이제는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이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샘플링과 리메이크를 빙자한 표절의 시대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조합 역시도 퓨전의 일종이라 할 수 이다. 오늘 포스팅할 음악 역시 이런 퓨전 음악 중 하나이다.


 국악과 춤의 조합. 상당히 매섭에 이색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국악과 춤을 결합한 요소는 사실 꽤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e 편한 세상' 광고에서 쓰였던 캐논 변주곡으로, 우리나라 비보잉 크루인 'Last for one'과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이 콜라보레이션을 한 'All for one'이라는 이름으로 캐논 변주곡에 맞춰 비보잉을 했던 것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팝핀현준 & 박애리 부부 또한 각종 공연에서 국악과 춤의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1)


 오늘 포스팅할 곡은 신국악그룹 SOREA 밴드의 '공황 속 서울'이다.



 SOREA 밴드는 2006년 결성된 5인조 여성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로 'Soul of KOREA'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006년 1집 'SOREA'를 발매한 이후로, 각종 콘서트와 공연 활동을 하면서 국악의 현대적 재조명에 앞장서고 있다. 드라마 '궁S'의 ost에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고(2), 최근에는 'Eastern Angels of Winter'이라는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공황 속 서울'은 1집 'SOREA'의 수록곡으로, 이 곡에서는 보컬은 없지만 국악기와 현대적 비트가 절묘하게 잘 어울려져 있다.


 2006년 발매된 이 노래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한 해 뒤인 2007년 Battle Of The Year(이하 BOTY)에서였다. BOTY는 세계 4대 비보잉 대회(3) 중 가장 권위가 높고 규모가 큰 비보잉 대회로, BOTY 우승 경력이 있는 비보잉 크루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크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비보잉 세계 최강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에, '세계대회 결선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라는 농담 섞인 말을 하곤 한다.(4) 2007년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크루는 Extreme crew(구 오보왕)인데, 부산에 연고를 두고 활동했던 크루이다. 이 크루가 퍼포먼스 부문에서 사용했던 곡이 바로 이 '공황 속 서울'이었다.



  한국을 상징하는 흰색으로 옷을 맞추고, 처음에 도포를 두르고 삿갓을 쓰고 대금을 부는 인트로 부분은 전율 그 자체이다. 국악과 비보잉이라는 이색적인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우연이 아니라 마치 미리 예정되어있던 듯한 만남이라는 느낌이다. Extreme crew의 2007년 퍼포먼스는 단순히 춤과 퍼포먼스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춤과 음악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을 받는다. 사실 춤과 국악의 결합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으나, 춤과 음악이 따로 노는 것 같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Extreme crew의 공연은 춤적인 측면과 음악과의 호흡 측면 양 쪽에서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해 Extreme crew는 압도적인 지지로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세계대회 결선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5) 2006년의 한을 풀었다(6) 2007년 Extreme crew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OTY를 넘어 역대 몯느 비보잉 퍼포먼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최고의 무대로 인정받고 있다.


색다른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SOREA 밴드와 Extreme crew의 만남은 더더욱 즐거웠을 것이다. 흥이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고, 음악과 춤이 있었다. 결과는 나중의 이야기다. 만남이 있을 때는, 만난 후의 성과 따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만남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한 것이다.


 모든 만남은 필연적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는 현세에 한 번 옷깃을 스치려면 전생에서 수만 번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만남이 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을 웃을 수 있게 해 줬다면? 그만큼 좋은 만남이 또 어디 있을까. 그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각주>

(1) 결혼식에서부터 공연 형식으로 꾸몄고, 방송에서는 '불후의 명곡'에 간간이 모습을 비춘다.

(2) '사랑바라기'라는 곡으로 참여했다.

(3) Battle of the Year, Freestyle Session, UK bboy championship, International Breakdance Event

(4) 2002년 Expression crew가 대한민국 비보잉 크루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이후 2014년까지 13년동안 두 해(2011, 2012)를 제외하고 매번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차지했다.

(5) 물론 비보잉 대회가 퍼포먼스만으로 우승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퍼포먼스로 상위 순위 팀을 선정한 후 토너먼트로 배틀을 해서 최종 우승팀이 나온다.

(6) 2006년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그 해 최고로 평가받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관객들의 반응 역시 Extreme crew가 압도적이었으나 국가대표로는 Last for one이 선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