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D - 2
맑았던 하늘에 소나기일지라도
<글에 앞서>
1. 아이돌에 대한 극도로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행여 화가 나거나 불쾌하다면 단지 시선의 차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글을 쓰고 다시 보니 제가 봐도 팬클럽 혹은 골수팬이 쓴 것 같을 정도로 편향적으로 쓴 감이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팬클럽 회원이 아님을 밝힙니다.
3. 단, 공식 팬클럽 회원 몇 분에게 글에 대한 자문을 받았습니다.
단, 사실의 진위에 대해서만 자문을 받았고,
주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100% 제 개인의 견해입니다.
자문해준 SQUE, IDDO 등 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라 해도 될 정도로, 오늘날 우리 시대의 음악은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주류가 되어 있다. 1990년대 후반 H.O.T, S.E.S, 젝스키스 등에서 부흥이 시작된 아이돌 문화는 2014년 지금에 와서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그 수가 많다.
초, 중반에는 아이돌의 수가 지금처럼 많은 편이 아니었고, 몇몇 그룹과 일부 멤버는 가창력 논란이나 안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1), 요즘 아이돌 그룹들은 기본적으로 외모와 실력이 다 출중하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잘생겼거나 예쁘고 노래 잘 하고 춤 잘 춰도 못 뜨는 그룹이 있기도 하고(2), 실력 면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팬이고 안티고 평론가고 할 것 없이 아낌없는 폭격을 선사한다.(3)
워낙 아이돌 계가 상향 평준화되어서인지, 대형 소속사 출신이거나 활동 기간이 오래 된 그룹이 아니면 인지도나 인기를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활동 기간과 인기가 꼭 비례하지는 않던데 특히 남자 아이돌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한데, 워낙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 보니 데뷔 무대가 마지막 무대가 되는 그룹들도 있었고, 그룹명이 겨우 '아, 그런 그룹이 있다고는 하던데' 정도이고 멤버 개개인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꽤 있으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10대에 한정된 인기(4)인 경우가 많다.
빅뱅과 오방신기 동방신기가 양분하던 2007~2008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생겨난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 아직까지도 최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그룹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층의 인기, 팬과 전문가 양쪽에서 동시에 사랑받는 그룹은 더욱 찾아보기 힘든데, 그 극소수의 그룹 중 하나는 '인피니트'가 아닌가 싶다. 오늘 포스팅할 곡은 인피니트의 '소나기'이다.
'소나기'는 2014년 5월 발매된 인피니트 정규 2집 앨범 'Season 2'의 수록곡으로, 영문 제목은 'I need you back'.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모티프로 한 노래인데 가사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5) 이 노래에서는 특히, 이전에 랩 파트를 주로 담당하던 호야와 동우가 솔로 보컬을 소화하는데, 랩 담당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Last romeo'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6) 수록곡이었던 '소나기'의 인기도 'Last romeo' 못지않았다. 당초에는 'Last romeo' 이후에 후속곡 활동에 관한 일정이나 언급이 없었는데, 많은 팬들이 '소나기'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고 결국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2014년 6월 13일 KBS 뮤직뱅크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는데, 'Last romeo'에 비해서 무대에 올리기까지 준비기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을 들었고, 무엇보다도 팬들의 반응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무대를 선물했다는 선보였다는 점을 높이 살 만 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오늘날 K-POP 열풍을 이끄는 아이돌 그룹들 중에서 가장 완전체인 그룹이 인피니트가 아닌가 싶다. 물론 더 인기가 많고 실적이 쩌는 그룹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피니트의 경우 다양한 층의 지지를 골고루 받는다는 점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최정상급 아이돌의 경우 팬덤의 열광적인 지지에 비해 평론가나 전문가의 평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7)(8) 반면 인피니트의 경우 팬과 전문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2010년 발매된 데뷔 앨범 '다시 돌아와'와 다음 앨범인 'She's back'은 평론가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평은 '<다시 돌아와>와 <She's back>이라는 죽이는 트랙을 보유했던 이 멋진 그룹이 단지 지명도에 밀려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던 지난 연말이었다.'라는 김윤하의 평(9)(10)이었다. 이후의 앨범들도 대부분 좋은 평을 받아왔는데, 앞서 언급했듯 높은 인기와 실적에도 전문가의 평은 좋지 않았던 노래들을 생각해보면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인기는 현 아이돌 중에서도 정상급이라 할 만 하다. 우리나라의 3대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을 제외하면 최정상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11),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창성'이 아닌가 싶다. 기계음과 후크송으로 도배가 된 요즘 아이돌 노래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강력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하는 이들의 노래에서 90년대의 향취가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많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요즘 노래의 트렌드와는 다른데, 그 덕에 오히려 인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7명 모두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특정 멤버가 쩌리가 되거나 코러스가 되지도 않을 만큼 개개인의 실력 또한 준수하다. 노래와 안무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12), 이는 엄청난 노력과 그에 따른 완성도로 인해서 늘 호평을 받는다. 멤버들의 끊임없는 팬 조련과 노력과 정성도 있었고 인성의 문제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적도 거의 없는 편이라(13) 팬클럽 '인스피릿'을 중심으로 팬심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 해마다 굵직굵직한 음악 관련 시상식에서 빠지지 않고 입상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2012년 2월에 있었던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수상한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부문 그룹상'(14)과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대중음악상'은 그들의 노래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도 그 인기가 높은 편이다. 국내에선 최정상급이었으나 해외에서는 맥을 못 추는 그룹들이 있기도 하고 JYP? 해외에서 누리는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눈물 나는 초신성이나 초신성 같은 그룹도 있는데, 인피니트의 경우 국내외 할 것 없이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해외에서 수차례 열린 콘서트의 매진은 물론이고, 2012년 3월에는 매해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 행사인 '2012 Summer Sonic'에 한국의 대표 그룹으로 초청되기도 했고(15),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빌보드에서 선정한 2012년 최고의 K-POP 음악으로 인피니트의 '추격자'가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9월에는 'Last romeo'가 빌보드 트위터 이머징 아티스트 차트에서 국내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면서 KBS 아침 뉴스에 나오기까지도 했다.
2012년 6월에 매거진 '텐아시아'에서 쓴 인피니트에 대한 특집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인피니트는 분명, 현 가요계에서 가장 입지전적인 그룹이다. 화려한 마케팅, 연기와 예능을 병행하며 익숙해지는 캐릭터의 도움 없이 이들은 오직 무대로 자신들의 인지도를 구축해 왔다. 멤버들의 이름과 개인기가 최전방에서 활용되는 시절에, 인피니트는 드물게 음악으로 먼저 기억되는 팀이다. 게다가 기타 리프가 두드러지는 노래와 군무로 꾸며진 이들의 무대는 지금의 트렌드와도 동떨어진 온도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인피니트의 지난 2년은 요령과 행운으로 획득한 비단길이 아니라 묵묵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설득해 온 노력의 역사인 것이다. 그리고 인피니트는 대중의 신뢰와 팬덤의 애정을 발판 삼아 <추격자>로 성공적인 컴백을 만들어 냈다.'
이 7명의 남자는 오늘날 우리 음악에 있어서 소나기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다. 반복되고 기계적인 더위에서 우리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해 줄 그런 소나기 말이다. 이 소나기가 장맛비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오래오래 우리의 귀를 시원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각주>
(1) 특히 2008년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MR 제거 영상'으로 인해서 더욱 심해졌는데, 원더걸스의 소희나 애프터스쿨 등이 당시에 혼쭐이 났었다.
(2) 그 대표적인 예로 걸그룹 'SPICA'가 있는데, 정말 실력적으로나 외모적으로나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뜨지 못하고 있다. 노래 진짜 좋은데ㅠㅠ
(3) 사실 이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과거 일부 팬들이 외모만으로 비판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팬들도 이제는 가수의 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가수의 본분인 노래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4) 따지고 보면, 아이돌 그룹 자체가 10대 위주로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 맞긴 하다. 그 위의 연령층에서는 '좋아하느냐 아니냐'보다는 '싫어하느냐 아니냐', 그것을 넘어서 '아냐 모르냐'의 문제?
(5) '아주 잠깐 왔다가 떠난 그 소녀'라든지, 가사에서 서술하는 배경이 소설 '소나기'의 배경에서 따 온 것이 많다.
(6) 당시 점점 하락세라고 평가받은 작곡가 스윗튠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Season 2'의 모든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어마어마했던 것도 한몫했다.
(7) 그 예가 동방신기의 'Mirotic'. 팬들에게는 엄청난 인기를 이끌어냈으나 발매 당시 전문가 평은 최악이었다.
(8) 물론 '전문가 평은 걔네들의 시선이고, 팬 입장에서는 우리가 좋으면 그걸로 됐다.'는 입장도 있다.
(9) 그 외에도 '인지도가 떨어져서 그렇지, 작년 그들이 들려준 <다시 돌아와>와 <She's back>은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작년에 나온 음반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원투펀치 가운데 하나였다.'라는 김학선의 평, '인피니트의 음악은 항상 웰-메이드였다. <다시 돌아와>는 작년 가요계 최고의 수확 중 하나였고, <She's back>은 더 주목받았어야 할 싱글이었다.'라는 손명환의 평도 있었다.
(10) 이러한 평은 당시 음악사와 관련이 있는데, 2010년이 아이돌의 하락세이기도 했고, 이 해에 데뷔한 남자 그룹이 인피니트를 포함하여 총 10팀이나 되었는데 CNBLUE를 빼면 이해에 흥한 그룹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
(11) 주요 3사 아이돌 그룹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12) 'BTD'에서 군무돌 이미지를 제대로 쌓다가 이후 '추격자'나 'Man in Love'에서는 개개인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고, '추격자'에서는 '어기야 디어라차'라는 뱃노래 소리와 국악 사운드를 사용했으며 영어 가사를 단 두 단어만 사용하기도 했다.
(13) 일부에서는 멤버 L과 김도연의 열애설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의 경우 L 개인의 잘못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
(14) 1인 1표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당시 대형 그룹들을 다 제치고 1위를 했다는 점에서 팬덤의 강세를 볼 수 있다.
(15) 2010년에는 빅뱅, 2011년에는 소녀시대, 2013년과 2014년에는 FT아일랜드와 CNBLUE, 그리고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JYPㅠㅠ
'그들 각자의 음감대♬ > 같은노래 다른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Plan D-3.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0) | 2014.12.23 |
---|---|
Plan R-3. 거짓말 같은 거짓말 (0) | 2014.11.13 |
Plan R-2. 아니 벌써? 아니, 이제야. (0) | 2014.10.25 |
Plan D-1. Do you Shuffle Dance? (0) | 2014.10.18 |
Plan R-1. 안 돼? 돼! (0) | 201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