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지난 3번씩의 글 이후로 회의를 거친 결과,
앞으로는 공통된 키워드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각자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개성 넘치는 7명의 글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저의 '같은 노래 다른 노래'는 'Plan P'와 'Plan R' 두 항목을 번갈아가며 쓸 예성입니다.
'Plan P'에서는 퍼포먼스 음악, 즉 댄스곡을 바탕으로 조금 넓게는 '춤추기에 좋은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룰 것입니다.
'Plan R'에서는 리메이크 음악을 다룰 예정인데요,
리메이크 앨범을 포함해서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에서 나온 노래들도 포함해서 써 볼 것입니다.
7명의 음감대 중에서 가장 동적이고, 가장 산만하고, 가장 정신없는 포스트가 될 듯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흥겹게 읽어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R - 1
안 돼? 돼!
올해 '불후의 명곡'에서는 속된 말로 '흥한 노래'가 굉장히 많다. 아직도 노래방 인기 애창곡 순위와 음원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윤민수 & 신용재의 '인연'이라든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1) 어쨌든 발매 이후 1년 만에 재조명 받은 김진호의 '가족사진'이라든지, 많은 노래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편곡'이라는 특성상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는데(2), 그래서 모든 팀의 노래가 다 좋았다는 평을 받는 날이 잘 없는 편인데 꼭 한 두 팀이 균형의 수호자 정신을 발휘하곤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회에 모든 참가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건 '이경섭 작곡가 편'이 아니었나 싶다.
90년대 주옥같은 명곡들을 만들었던 이경섭 작곡가가 지난 2014년 8월 16일 자 방송의 전설로 출연했었는데, 참가했던 7팀 모두 엄청난 무대를 선보였다. 신용재의 '나 가거든'(조수미 원곡)은 1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표로 3연승을 기록했고(3), 정재욱의 '슬픈 언약식'(김정민 원곡)은 90년대의 노래를 다시 듣는 것 같은 올드한 목소리와 편곡으로 청중과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바다의 'TO heaven'(조성모 원곡)은 가수도, 청중도, 시청자도 모두 눈물짓게 했고, 틴탑(니엘 & 엘조)의 '다짐'(조성모 원곡)에서는 니엘의 탈 아이돌급 무대 장악 능력을 볼 수 있었다(4). 울랄라세션의 '맨발의 청춘'(벅 원곡)은 명불허전 그 자체였으며, 우승을 차지했던 홍경민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김경호 원곡)은 가수 홍경민의 끝을 알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재밌는 요소가 하나 있었는데, 틴탑과 바다는 조성모의 노래를 불렀고, 조성모는 홍경민의 노래를 불렀고, 홍경민은 자신의 노래를 불렀던 조성모와 대결을 했다. 본격 꼬리잡기 덕분에 대기실에서는 자신의 노래가 재해석되는 것을 보는 원곡 가수들의 남다른 소감도 들을 수 있었고, 마지막 참가자였던 홍경민은 '제가 이기면 제가 우승이고, 제가 지면 제 노래가 우승이라 어떻게 되도 좋다.'는 재밌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홍도사의 설계
아무튼, 오늘 포스팅할 노래는 불후의 명곡 이경섭 작곡가 편에서 조성모가 부른 홍경민 원곡의 '내 남은 사랑을 위해'이다.
사실 조성모 하면 '발라드의 황태자'라는 별명에 맞게 감미롭고 얇은 특유의 미성으로 휘젓는 노래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대 이후에 군대에서 목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특유의 미성이 사라지고 조금 애매한 목소리가 되어 버렸다.(6) 하지만 '내 남은 사랑을 위해'에서는 변한 목소리에 딱 맞는 선곡과 편곡으로 좌중을 사로잡았고, 그 결과 414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3연승을 기록하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홍경민과 조성모, 두 가수 모두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던 가수들이다. 그들이 요즘 불후의 명곡에서 꾸준히 활약상을 보여주며 올드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들을 많이 불러줘서 한 사람의 팬으로서 너무 고맙다. 홍경민은 불후의 명곡의 고정 출연자로서 대기실에서는 '홍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준 MC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를 띄워주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주로 밴드 세션과 함께 하는 파워풀한 록 음악을 선사하는데,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록 발라드나 댄스곡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상남자의 느낌이 정말 멋있다. 간혹 예능 충만한 무대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좋다 조성모는 2014년 5월 24일부터 출연을 시작한 불후의 명곡에서 아직까지 우승은 없으나,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선보이면서(7)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멋진 남자에서 더 멋진 남자가 되어가는 홍경민, 발라드의 황태자에서 팔색조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조성모. 두 가수가 앞으로도 우리 곁에서 아름다운 노래들을 많이 불러주기를 기대해 본다.
<각주>
(1) 보통 불후의 명곡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다른 가수의 노래를 편곡해서 출연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데, 김진호의 경우 2013년 10월 12일 '추모 연가 7'편에서는 '살다가'를, 2014년 5월 24일 '가정의 달 특집' 편에서는 '가족사진'을 불렀는데, 두 곡 모두 자신의 노래인데다가 거의 원곡과 다름없을 정도로 편곡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2) 편곡이라는 것 자체가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는 것이, 노래의 새로운 재해석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래의 그 느낌을 찾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항상 갈릴 수밖에 없다.
(3) 500표 중 394표를 얻었는데, 우승권 득표는 아니지만 역대 1번 출연자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 득표였다.
(4) 불후의 명곡에서 아이돌은 항상 뜨거운 감자인데, 몇몇 그룹의 경우는 눈에 심각하게 보일 정도로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니엘의 경우 다른 출연자들 또한 '아이돌에게서 보기 힘든 아우라가 느껴졌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5) 실제로 2주 뒤 방송인 2014년 8월 30일 '밀리언 셀러 특집 1부'에 출연했던 홍경민이 사전 인터뷰에서 '우승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6) 그 대표적인 예가 '히든 싱어 시즌 2'였는데, 사상 최초로 원조 가수가 2R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득표 역시 100표 중 83표라는 압도적인 득표였다. 원래는 전무 후무였으나 태연도 동병상련
(7) 2014년 7월 5일 '여름특집 1탄' 방송에서는 임정희와 함께 '여름날의 추억'(이정석 원곡)을 불렀는데, 전에 없는 상큼 발랄한 분위기의 노래를 불렀고, 8월 2일 '조영남 편 2부'에서는 '모란 동백'을 부르며 하모니카를 부르는 모습을, 8월 9일 '윤복희 편'에서는 '왜 돌아보오'를 재즈풍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그들 각자의 음감대♬ > 같은노래 다른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Plan D-3.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0) | 2014.12.23 |
---|---|
Plan R-3. 거짓말 같은 거짓말 (0) | 2014.11.13 |
Plan D-2. 맑았던 하늘에 소나기일지라도 (0) | 2014.11.01 |
Plan R-2. 아니 벌써? 아니, 이제야. (0) | 2014.10.25 |
Plan D-1. Do you Shuffle Dance? (0) | 201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