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D - 1
Do you know Shuffle Dance?
한 3년 전쯤 전 세계를 강타했던 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셔플 댄스'이다. 우리나라에서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토끼춤과 비슷하기도 하고, 린디합(1)이나 비보잉의 탑락과도 동작이 유사하기도 한데,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안다는 이 셔플 댄스가 2011년에 유행을 타기 이전에도 한 번 알려질 뻔한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2007~08년대이다. 당시에 해외에서 유행했던 춤이 셔플 댄스와 더불어 '테크토닉'이었는데, 이 시기에 테크토닉은 유행을 제대로 타서 성행했던 반면 이게 다 모토로라 Z6M 광고 때문이다 셔플 댄스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못한 채 묻혀버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셔플 댄스는 김완선을 필두로(2) 2008년에 2인조 남성 그룹 D.B Ace(3)가 'Somebody;라는 노래와 함께 들고 나왔으나 묻혔고, 2010년에는 6인조 그룹 2PM이 'I'll be back'이라는 노래에 셔플 댄스 안무를 들고 나왔었는데, 노래는 나름 인기가 있었으나 '2PM'이라는 이름값에 얹혀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2009년의 박재범 탈퇴 사건의 후폭풍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했던 지라, 이렇든 저렇든 셔플 댄스는 그렇게 잊혀가나 했다. 티아라의 'Lovey Dovey'는 빼자
그러나 2011년, 전 세계에 셔플 댄스 열풍을 불러온 노래가 등장했다. 바로 오늘 포스팅할 노래이기도 한 LMFAO의 'Party Rock Anthem'이다.
LMFAO는 미국의 일렉트로닉 힙합 듀오로 Redfoo와 Skyblu 두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둘은 삼촌과 조카의 관계인데, Redfoo의 아버지이자 Skyblu의 할아버지가 바로 '모 타운'(4)의 설립자인 배리 고디이다. 팀명의 유래는, 처음에 'Sexy Dude'로 하려 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배리 고디의 아내가 굉장히 웃기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들은 그 반응에서 그룹명을 따 왔는데, 미국에서 웃기다는 뜻의 숙어가 'Laugh My Ass Off'인데, 가운데에 강조를 위해 Fxxk를 넣어서 하필 Fxxk를 가운데에 넣어? 지금의 그룹명인 LMFAO가 되었다고 한다.(5)
'Party Rock Anthem'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우선 빌보드 차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출시되었던 그 해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고 2000~2010년대 종합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경쟁자가 머라이어 캐리(We belong together), 어셔(Yeah), 블랙 아이드 피스(I gotta feeling) 이었던 것을 감안해 보면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빌보드 역대 종합 5위까지 올라가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기아 자동차 'SOUL'의 미국판 광고의 BGM으로 쓰이면서 이후에 'SOUL'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노래는 LMFAO와 Quest Crew의 공동 작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Quest Crew는 미국의 비보이 크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6) 북미와 유럽에서는 톱클래스로 인정받는 팀이다. 박재범의 예선 참가로 한국에도 알려진 미국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인 'American's Best Dance Crew' 시즌 3의 우승 팀으로(7), 멤버 전원이 아시아계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G Dragon의 'One of a kind'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현 YG 프로듀서인 리디아 백이 이 Quest Crew 출신이기도 하다.
<'Party Rock Anthem'의 댄스 버전 뮤직비디오. 보라색이 섞인 의상을 착용한 사람들이 Quest Crew 멤버들이다.>
<Quest Crew가 ABDC 시즌 6 결승전 축하무대로 선보인 'Party Rock Anthem' master mix ver. 1:36 ~ 2:59 가 공연>
'Party Rock Anthem' 뿐만 아니라 'LaLaLa'나 'Shot' 역시 굉장히 친숙한 노래로, 클럽 음악계의 한 획을 그은 것을 넘어 클러버가 아니라도 익숙한 노래이다. 특히 'Party Rock Anthem'은 당시에 사실상 수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던 셔플 댄스를 다시 성행시켰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클럽가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이전에는 클럽 자체가 지금에 비해 덜 성행하기도 했고 춤도 중구난방인 경향이 있었는데, 'Party Rock Anthem'을 기점으로 속칭 '대세 춤'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각종 클럽 춤 중에서 주류가 되는 춤의 유행이 생기기도 했다.
앞서 토끼춤이나 김완선의 얘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셔플 댄스에 대해서 조금 잘못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이 알고 있는 셔플 댄스는 사실 뉴 잭 스윙(8)을 속도만 빠르게 해서 춘 것으로, 실제 셔플 댄스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발을 이용한 스텝이라는 개념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스텝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원조 셔플 댄스와 우리나라에 알려진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 셔플 댄스는 Hard Style과 Jump Style이 있는데, Hard Style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셔플 댄스에서 좀 더 경쾌하고 많은 움직임을 요하는 바빠 보이는 것이고, Jump Style은 스텝이 바닥에서 이어지기보다는 공중에서 가벼운 점프 동작과 연계되어 이루어진다.
<Hard Style의 셔플 댄스>
<Jump Style의 셔플 댄스>
비단 셔플 댄스뿐만 아니라, 해외의 스트리트 댄스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정확한 유래나 범주 없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 셔플 댄스 또한 종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Party Rock Anthem'으로 알려진 멜버른 셔플이 셔플 댄스 자체인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올드 스쿨과 뉴 스쿨의 구분이라든지, 왁킹과 테크토닉의 혼동이라든지 말이다.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알아본 결과 그런 오해들이 상당수 있었다. 아무래도 춤을 보는 사람은 많을지언정, 춤을 하는 사람들이 소수의 마니아층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생길 수 있는 오해가 아닌가 싶다.
현재 LMFAO는 2012년 9월 21일부로 해체한 상태이다. 2012년에 월드 투어를 했었는데, 당시에 Skyblu가 허리 부상으로 인해 국내 공연에 불참하는 사태가 있어서 그 여파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으나, 보도에 의하면 '각자의 음악의 길을 가기로 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현재 Redfoo는 각종 음악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2013년에는 US 오픈 테니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Skyblu는 해체 보도 이후로 크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LMFAO가 클럽계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하 EDM) 자체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한창 태동기였던 EDM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것이 LMFAO이고, 수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셔플 댄스를 다시 끌어올린 것 역시 LMFAO의 공이다. 정말 극소수에게만 향유되었던 EDM과 클럽 댄스가 국적, 성별, 연령층을 초월하는 인기를 누리게 되는 1등 공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언젠가 그들의 음악이 다시 한 번 세상에 들려지기를, 다시 한 번 온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각주>
(1) 스윙 리듬에 맞추어 추는 사교댄스의 한 종류로 '찰스 린드버그'의 인기를 바탕으로 그 명칭이 고안되었다.
(2) 김완선의 춤은 엄밀히 말하면 셔플 댄스가 아닌 그냥 토끼춤이다. 글 후반부를 참조할 것.
(3) 2001년 데뷔 당시에는 5인조였으나, 한동안 잠적기를 거친 이후 2인조로 돌아왔다.
(4)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세워진 회사로, 디트로이트 도시의 애칭이기도 하다. 엄청난 호황과 인기로 인해 이 도시 출신의 뮤지션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는데, 대표적으로 Marvin Gaye, Stevie Wonder, Supremes, Jackson 5, Commodores 등이 있다.
(5)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는 그룹명이 'Loving My Friends And Others'의 약자라고 주장한다.
(6) 우리나라가 워낙 비보잉 최강국이기도 하고, Quest Crew의 경우 Boty나 UK 같은 범세계적 대회보다는 미국 내에서만 활동하는 탓도 있다.
(7) 시즌 7까지 진행되었는데, 7번의 시즌 중에서 시즌 1 우승팀 Jabbawockeez와 함께 최고의 팀으로 꼽힌다. 시즌 6 결승전에서 축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고, Quest Crew의 리더인 D-trix는 시즌 4부터 이 프로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8) MC hammer의 'U can't touch this'로 인해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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