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R - 3
거짓말 같은 거짓말
어릇광대의 '같은 노래 다른 노래'. 답이 없는 콘셉트다. 노답 댄스곡이나 리메이크, 편곡된 노래들은 대부분 익숙한 노래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삼스레 글의 주제로 삼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아는 노래들, 아는 이야기들이다.
매주 글을 썼다. 마치 2009~2010년의 조석을 연상케 하듯, 연재는 꾸준히 하면서 욕은 꾸준히 얻어먹는 글들을 올렸다. 이전의 나도 몰랐던 지식을 검색하고 다른 이의 포스팅을 끼워 맞춰 정보를 전달하는 설명문 같은 글을 썼고, '이 노래는 누구의 노래고 언제 데뷔했고 어디에 쓰였고' 같으 감동 없는 글을 썼다.
그게 내 콘셉트다. '그들 각자의' 음감대라며? 70억 지구, 4천만 반도에서 이런 글에도 열광하고 호응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겠지. 아니, 네 번의 글을 올려서 16개의 공감을 받았으니 평균적으로 네 사람 정도는 내 글에 공감했겠지.
앞으로도 계속 이런 글을 쓸 것이다. 센티멘털 터지고 뜬구름 위에 노니는 글은 쓸 자신도 없고 쓸 능력도 없다. 내 스스로의 주관이 없기 때문에 주관적이기보다는 가능한 객관적 요소가 많이 담긴 이야기를 쓸 것이다. 그래 봤자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주관적이더구만 이런 글이 보기 싫다면 다른 필진의 글을 보는 게 정신에 이로울 것이다. '같은 노래 다른 노래'를 보는 사람들은 "아, 이런 놈도 글을 쓰고 사람들의 공감을 받구나."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격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11월 중순. 슬슬 연말이 다가온다. 연말은 언제나 즐겁다. 진짜?? 송구영신이라는 이름 하에 한 해를 반성하고,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인 내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짝이 있는 사람은 해가 바뀌는 순간을 함께 즐기고, 짝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 연말의 아쉬움을 술로 달래거나, 혹은 짝을 찾아 매의 눈으로 빠른 카톡질로 헤매곤 한다.
그러다 체력이 고갈되거나 돈이 고갈되거나 연이은 약속에 귀차니즘이 도질 때면, 가만히 집에서 뒹굴며 TV를 보는 것도 연말을 보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체력과 돈 둘 다 굳힐 수 있는 이것이 창조경제 연말에는 각종 시상식과 특집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마다 열린다. 연기대상, 연예대상과 더불어 각종 음악 관련 시상식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눈은 왜? 그중에서도 음악 관련 시상식의 경우, 예전에는 골든디스크 하나로 국한되어 있었던 방면 요즘에는 MAMA, 멜론 뮤직 어워드 등 큰 규모의 음악 시상식이 상당히 많이 생겨났고 덕분에 그 권위들도 하향평준화가 되었지(1) 방송사별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연말 결산 특집으로 한 회를 꾸미기도 한다.
오늘 포스팅할 곡은 M.net에서 주관하는 연말 음악 시상식 MAMA에서 나왔다. M.net Asian Music Awards는 우후죽순처럼 양산된 연말 음악 시상식 중 그나마 꽤 알려져 있고 규모 역시 한국을 넘어 이름 그대로 아시아를 아우르는 행사이다.(2) 원형은 1999년 열린 'M.net 영상 음악 대상'이었고, 이것이 2000년 'M.net Music Video Festival', 2006년 'M.net KM Music Festival'을 거쳐 2009년부터 현재의 MAMA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매년 진행된다.
연말 음악 시상식의 특성상, 가수들은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를 한다.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평소 무대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며, 다른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무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Plan R에서 늘 언급하지만, 이러한 이색적인 변신은 언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생각지도 못한 콜라보가 예상하지 못 했던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때도 있고(3), 야심 차게 준비한 편곡이 혹평만 한가득으로 돌아오는 경우(4)도 있다. 가수와 노래가 서로 바뀔 때에도 희비는 엇갈리곤 한다.(5) 어쩌면 있는 그대로가 안전하고, 변화를 멀리하면 적어도 본전은 하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카더라
오늘 포스팅할 곡은 이렇게 생과 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생과 사는 좀 심했다; 편곡 무대 중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극소수의 무대 중 하나인 빅뱅의 '거짓말'이다.
빅뱅의 '거짓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사실 설명할 건 많은데 또 디스당할까 봐 못 하겠다. 오늘날의 빅뱅을, 오늘날의 YG를 있게 해 준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의 활동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쌓았으나 그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 하던 빅뱅이었으나, '거짓말' 이 한 곡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당시 발라드와 R&B가 지배하던 가요계의 흐름을 Tell me와 함께 완전히 바꿔버렸고, 빅뱅이라는 그룹 또한 '거짓말'의 기록적인 히트 이후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 연이은 성공으로 인해 최정상급 남자 아이돌의 반열에 올라섰음은 물론이거니와, 소속사 YG 또한 현 3대 기획사라는 명성을 누리게 된 시발점이 이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거짓말'은 어떻게 편곡되었을까. 2007년 11월 17일 제9회 MKMF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막에는 '서울대 오케스트라 'SNUPO'의 이름이 떠 있고, 이들은 비발디의 '사계' 中 '가을' 3악장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고, 큰 북의 진동에 이어 거짓말처럼 '거짓말'의 인트로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가면과 지휘봉을 던지고 놓고 마이크를 잡은 지휘자는 바로 G-Dragon이었다. 곧이어 바이올린 & 비올라 쪽에 숨어 있던 승리와 태양, 심벌즈를 잡고 있던 대성까지 무대 위로 올라온다. 이때의 통수는 놀라움은 빅뱅의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의 팬이었던 시청자들조차도 놀랄 만한 구성이었다.
1절이 끝나도록 등장하지 않는 한 남자. 1절이 끝나고 4명의 멤버가 팬들의 질투를 몰아 받은 여성 댄서들과 함께 가을 3악장에 맞춰 커플댄스를 추고, 이 간주가 끝날 때쯤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지하 장치를 통해 등장한 잘 지내는 남자 TOP. 특유의 거칠고 맛깔나는 랩으로 2절이 시작되고, 오케스트라와 여성 댄서들과 빅뱅이 하나 된 '거짓말'이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과 시청자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해, 빅뱅은 MKMF에서 남자 그룹상과 더불어 MKMF 3대 대상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M.net 주관 시상식 기준으로 YG 소속 가수가 획득한 최초의 대상이자 두 번째 입상(6)이었다.
깜짝 이벤트는 언제나 큰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절댓값으로 크다 +가 될지 -가 될지는 모른다 이런 거짓말 같은 거짓말에 우리는 열광하거나 혹은 열불이 난다. 예상치 못한 일은 절대로 미미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든 큰 반향을 주게 되어 있다. 어쩌면 이게 리메이크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반응은 있게 마련이니까. 단 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또 한 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평소에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선물을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닐까.
<각주>
(1) 골든디스크 하나인 시절에는 본상인 10대 가수상과 대상의 권위가 워낙 컸으나, 요즘의 경우 너무 많은 시상식, 특정 소속사 퍼주기, 지나치게 많은 상 종류 등으로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
(2) 이름과 계획은 그렇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한국 아이돌이 가수들이 독식하고, 형식상 주는 해외 아티스트들에 대한 상을 제외하면 아시아 어워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그래도 작년엔 스티비 원더님 나왔잖아 패리스 힐튼은 빼자
(3) 그 예로 2014년 8월 16일 방송된 '히든 싱어' 시즌 3 0회 이선희 편 토크쇼. 임창정과 즉석에서 부른 '소주 한 잔'이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는데, 시청자들은 '제발 음원 좀 내 달라'고 할 정도였다. 레전드 둘의 콜라보였는데 그럴 수밖에
(4) 2008 MKMF에서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자신들의 히트곡인 '어쩌다'를 Rock 버전으로 편곡했었는데, 당시의 평은 거의 최악에 가까웠다.
(5) 2014년 3월 8일 MBC '쇼! 음악중심' 400회 특집 방송에서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른 팀이 몇 팀 있었는데, 희비가 가장 엇갈린 조합이 가인 - 선미. 선미의 '피어나'는 미미한 반응이었으나 가인이 부른 '24시간이 모자라'는 '이 노래는 가인이 불렀어야 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6) YG 소속 가수 최초의 입상은 2003년 제5회 시상식에서 최동욱 씨가 신인 남자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었다.
'그들 각자의 음감대♬ > 같은노래 다른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Plan R-4. 놔눈 크퉤 쑴켜를 늑퀼 쑤 힜써효오오 (0) | 2015.01.05 |
---|---|
Plan D-3.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0) | 2014.12.23 |
Plan D-2. 맑았던 하늘에 소나기일지라도 (0) | 2014.11.01 |
Plan R-2. 아니 벌써? 아니, 이제야. (0) | 2014.10.25 |
Plan D-1. Do you Shuffle Dance? (0) | 201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