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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같은노래 다른노래

Plan R-5. Man in the mirror



<같은 노래 다른 노래> Plan R - 5

Man in the mirror




 오늘은 특별한 서론 없이, 포스팅할 노래를 먼저 소개할까 한다. 이 새끼 서론 쓰기 귀찮구나 아 들켰다

Micheal Jackson - Man in the mirror 링크

 Micheal Jackson(이하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은 1987년 발매된 그의 세 번째 성인 정규 앨범(1) 'Bad'의 수록곡으로, 이 앨범은 한 앨범에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곡이 제일 많은 기록(2)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앨범이며,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2위(3)(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 앨범인 'Thriller'에 비해 판매 실적에서는 밀렸지만, 가수 개인적으로나 음악적으로는 훨씬 성장했다고 평가받는 앨범이다.


 'Man in the mirror' 또한 싱글 컷으로 발매된 이후 2주 연속으로 빌보드 US 싱글 1위를 차지한 노래이다. 이번 글에서 타이틀 곡인 'Bad'나 다른 곡이 아닌 이 곡을 포스팅한 것은, '같은 노래 다른 노래'이기 때문이다. 뭔 소리야? 이 곡을 서로 다른 느낌으로 재해석한 두 개의 무대를 소개하려 한다. 두 무대의 공통점은 모두 '슈퍼스타 K'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우선, 첫 번째 무대부터 감상하자.

존박 - Man in the mirror 무대영상 링크

 존박의 점박이 아니에요 'Man in the mirror'은 2010년 10월 1일에 방영되었던 '슈퍼스타 K 2' 생방송 3차 본선 무대에서 등장했다. 당시 미션 주제가 '마이클 잭슨의 명곡을 재해석하라.'였는데, 남아있던 참가자 중 유일한 외국계 참가자였던 존박에게 유리하겠다는 실시간 반응이 주를 이뤘고, 기어이 존박은 대박을 터뜨리고 말았다.


 존박의 이 무대는 아직까지도 '슈퍼스타 K' 역사상을 넘어 우리나라 역대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레전드 무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엠넷에서 시즌 6을 앞두고 특별기획으로 제작한 '슈퍼스타 K Play 100'이라는, 시즌 1에서 5까지의 무대를 대상으로 대체 어떤 기준으로 매겼는지 알 수 없는(5) 순위를 매겼는데, 여기에서 23위라는 나름 상위권의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앞선 무대 링크 후반부에서도 볼 수 있듯 지금까지 심사위원을 해 오고 있는 윤종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무대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바로 이 존박의 'Man in the mirror'이라고 답했다. 해당 방송에서 심사위원 점수 총합 289점이라는 높은 득표로 수퍼세이브를 기록했음은 물론이고, '슈퍼스타 K 2'의 모든 생방송 본선 무대의 심사위원 점수에서도 3위(6)를 기록했다. 원곡의 하이톤과는 다르게 존박 특유의 중저음을 잘 살리면서도 곡 특유의 그루빙 또한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존박의 인생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Man in the mirror'의 공식 음원을 기대했으나, 모든 생방송 무대의 음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시즌 3 때부터였고, 시즌 2의 경우는 각각의 참가자가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평가받는 한 곡씩만 싱글 컷의 형식으로 공식 음원이 나왔는데, 존박의 경우는 '이문세 미션'에서 극찬을 받았던 '빗속에서'가 음원으로 나왔다. 하지만 'Man in the mirror'을 기대했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2012년 3월 2일에 방영되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풀 버전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해당 영상 링크


 첫 번째 무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두 번째 무대를 감상하자.

김필 - Man in the mirror 무대영상 링크

 이번엔 시즌 6으로 넘어왔다. 김필의 'Man in the mirror'은 2014년 11월 21일에 방영되었던 '슈퍼스타 K 6' 생방송 최종 결승전 무대 중 1라운드 '자율곡 미션'에서 등장했다. 지난 시즌의 멸망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시즌 6에서는 음악성이 주된 화두가 되었는데, 기존에 차고 넘치던 기성적인 느낌이 아닌, 속칭 '비주류'라고 평가받던 이들의 약진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김필 역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결승까지 올라온 케이스인데, 결승 자율곡 미션에서 이 노래를 꺼내들었다. 당시 생방송으로 시청하면서 김필의 선곡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 했었다. 이미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같은 '슈퍼스타 K'에서, 그것도 뭔 자꾸 그것도야 레전드급 무대라고 평가받는 곡을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랐다. '승부수를 던지는구나.' 혹은 그냥 '던지는구나.' 네? 하는 생각으로 무대를 지켜봤는데, 존박의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의 편곡을 해 왔다. 전반부에서는 기타 반주에 맞춰 원곡의 느낌을 살린 슬로우한 분위기로 가다가, 후반부에서 스윙 편곡으로 분위기를 띄운 후 마지막엔 웅장하게 마무리하는 구성이었는데, 이 구성은 '슈퍼스타 K 6'에서 김필이 걸어온 길을 한 곡 안에 요약한 느낌이었다. 기타 위주의 어쿠스틱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면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웅장한 선율과도 함께 했던 지난 모습들을 한데 뭉친 것이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다. 김필은 이 무대로 심사위원 점수 386점을 받으며 1라운드에서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선곡한 곽진언에 앞섰지만, 2라운드 '자작곡 미션'에서 궁극기를 시전한 곽진언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행도 변하고, 스타일도 변한다. '슈퍼스타 K' 시즌 2와 시즌 6는 불과 4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짧다면 짧은 4년 사이에도 시선이 변했고, 수요가 변했다. 한동안 대중들이 좋아했던 노래는 고음으로 휘젓고, 온몸으로 강하게 내지르는 류의 노래들이었다. 시즌 2의 존박은, 결승까지 가긴 했지만 순수하게 음악적 능력만으로 결승에 갔다고는 할 수 없기도 하고(7), 결승에서도 당시의 수요에 걸맞은 가수였던 허각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시대의, 사람들의 요구는 다시 달라졌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마이너한, 아니 유니크한 개성 넘치는 목소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필이 그랬고, 우승자였던 곽진언 또한 그랬다. 해가 갈 수록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갔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시즌 5 조차도 노래 꽤나 한다는 사람은 많았고, 시즌 6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처럼, 꿋꿋이 자신의 색깔을 지켜온 이들이 결국 빛을 봤다.


 만약 존 박이 시즌 2가 아닌 시즌 6에 참가했다면 또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아마 곽진언과 중저음의 끝장을 봤겠지? 어쨌든, 존박이 대중 음악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면, 김필을 포함한 곽진언 등의 새로운 뮤지션들은 그 길을 지나 새로운 시대를 알릴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말 많고 탈 많은 엠넷 시상식에서 악동뮤지션이 신인상을 받는 시대가 왔다. 강렬하지도, 폭발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새롭고, 담백하고, 신선한 음악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줄 시대가 왔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각주>

(1) 마이클 잭슨의 경우, 유년기에도 앨범을 꽤 발매한 터라, 앨범 구분을 유년 / 성인으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본 글 역시 따로 구분을 했다.


(2) 2010년 케이티 페리의 앨범 'Teenage Dream'에서 타이 기록을 이루었는데, 잦은 리패키지와 활동 기간 관련 논란으로 인해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더욱 우대해주는 경향이 있다.


(3) 물론 현재는 아니다.


(4) 당시 1위가 그의 전 앨범인 'Thriller'. 그리고 지금까지도 단일 앨범으로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상에


(5) 총 5회에 나눠 방송했는데, 매 방송마다 논란이 많았다. 특히 최상위권 순위에서 논란이 가장 짙었는데, 슈퍼스타 K 역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린 음원인 울랄라세션의 '서쪽 하늘', 윤종신과 버스커 버스커를 반등시킨 '막걸리나', '당신만이'가 나오기 전까지 슈퍼위크 최고의 콜라보로 평가받는 로이킴 & 정준영의 '먼지가 되어'를 제치고 1위에 등재된 곡이 딕펑스의 '나비'. 물론 이 곡이 음악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서술한 곡들이나 다른 명곡에 비해서 '과연 1위를 할 만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6) 2위는 '이문세 미션'에서 허각의 '조조할인'이 기록한 평균 96.5점, 1위는 결승전 2라운드 '지정곡 미션'에서 허각의 '언제나'가 기록한 평균 97.7점. 1, 2위가 다 허각이야


(7) 팬덤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치면 팬덤 없이 올라간 팀이 있나?, Top 3 준결승전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무대 니가 사는 그집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았던 장재인을 제치고 결승에 올라간 점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