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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천방지방의 8090 수퍼마켙

촌구석에 딴스홀을 허하라

생명에 위협이 있는 상황이 아니면 잘 뛰지조차 않는 저는 참으로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야구에는 꽤나 탐닉하는 편입니다. 물론 직접 경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부산에 태어난 죄로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면서 냉소와 회의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고유의 등장음악과 응원가가 있습니다. 가요나 팝송을 가져와서 개사한 응원가는 경기장에서 다함께 부르는 맛이 쏠쏠한데요. 특히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가는 특유의 병맛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재생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개중에서 2011년에 뛰었던 외국인 선수 라이언 가코의 응원가는 병맛과 귀에 착 붙는 중독성으로 사랑받았습니다.

 

 

라이언 가코는 메이저리그에서 20홈런을 치기도 해서 삼성에 왔을 때 많은 기대를 받았던 선수였지만 류중일 감독의 꾸준한 기용(“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겼지요.)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가고 마는데요.

한 번은 가코가 자신의 응원가를 동성애자들이 즐겨 부르는 곡이라며 싫어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다음날 구단에서 SNS를 통해 해명한 걸 옮겨보겠습니다.


이에 금일 가코에게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dancing at the movies'라는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이며 본인 응원가인 'footloose'(현재응원곡)는 좋다고 합니다. 또한 팬들이 많이 따라부르고, 좋아한다고 하니 본인도 무척 흐뭇해 했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내용에서 뭔가 이상한 걸 느끼신 분도 있을 겁니다. 통역이 잘못된 건데요. 응원가의 원곡은 영화 <풋루즈>의 동명의 OSTFootloose입니다. ‘dancing at the movie’는 영화 속에 나온 춤을 언급한 것이죠.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이런 참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일단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실까요?

 

 

영화 <풋루즈>는 유타 주 촌구석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 살던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이 마을로 전학을 왔는데 자유로운 도시와 달리 인습과 규제가 완연한 보수적인 분위기에 적응을 못합니다. 신앙생활이 우선시되며 음주가무 조차 금지되어 있었는데요. 춤을 좋아하는 주인공은 창고에서 몰래 춤을 추는데 이 장면을 목사의 딸에게 들킵니다. 반항적인 면모가 있었던 딸에게 주인공은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나중에 음주가무가 금지된 것이 목사의 아들이 음주상태로 자동차 정면 달리기시합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졸업 댄스파티를 열려고 하고 목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대립하는데요.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6단계 법칙과 <X-> 시리즈의 악당으로 유명한 케빈 베이컨 선생이 춤으로 중무장한 전학생으로 열연합니다. 처음에는 본 조비에게 캐스팅이 들어왔는데 거절했다고 하네요. 사라 제시카 파커도 조연으로 나옵니다. 국내에는 <자유의 댄스>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는데 참으로 직설적이죠?

 

 

영화는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페임>, <플래시 댄스>, <더티 댄싱> 1980년대 댄스 영화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남기고 2011년에는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는데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도 우주의 떠돌이인 주인공이 외계인들에게 "지구에는 케빈 베이컨이라는 영웅이 있는데, 춤으로 사람들을 구하지"라면서 그의 무용담을 전할 정도니 영향력을 알만합니다.

 

노래를 부른 케니 로긴스는 포크 듀오인 로긴스 & 메시나로 활동하다가 솔로로 나서는데 Footloose 이외에도 The More We Try, <탑건>OSTDanger Zone 등이 대표곡입니다. We Are The World에도 참여했지요.


The More We Try도 한 번 들어볼까요?

 

 

많이 익숙한 멜로디입니다. 네, 바로 일기예보의 좋아좋아가 떠오르실텐데요. 샘플링이나 리메이크는 아니라고 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표절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사실 Footloose도 울랄라세션에 의해 샘플링되었는데요. 어떤 곡인지 아시겠나요?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으셨을 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8090 소매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럼 다음 달에 뵈어요.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