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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천방지방의 8090 수퍼마켙

철컹철컹, 아청법에 걸릴지도 몰라요

중고등학생과 20대가 연애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많은 사람들이 철컹철컹, 아청아청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년 전 즈음에는 비슷한 상황을 다룬 노래 두 곡이 꽤 인기 있었답니다. 한 번 살펴보시죠.

 

첫 번째 곡은 주주클럽의 1996년작 데뷔곡인 ‘16/20’입니다.




 

주주클럽의 모태는 주승형, 주승환 형제의 주주밴드입니다. 하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고 들국화 멤버인 최성원의 소개로 보컬 주다인을 영입해서 주주클럽으로 간판을 바꿔서 1집을 냈습니다. 주다인은 자우림의 김윤아, 더더의 박혜경과 더불어 세기말 가요판을 휘저었던 여성 보컬이었죠.

 

주주클럽은 주다인의 독특한 창법과 더불어 후렴구인 야야야야 쇼킹쇼킹으로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습니다. 후크송의 계보를 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신문지면 제공 서비스인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쇼킹을 검색하면 데뷔 이듬해인 1997년에 101건의 자료가 나오는데 이는 전해의 13건에 비하면 8배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노래로 인해 쇼킹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된 셈입니다. 팔도에서 쇼킹면이라는 매운 라면을 내놓았던 기억도 납니다.

 

yo shoc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 2)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 2)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 4)

 

넌 전화로 내 나이라 말을 했잖아 give me love

난 니가 이렇게 어릴줄은 몰랐어 give me love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 4)

 

난 너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 마음을 넌 이해해야만 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 때

그때를 기다릴 게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없어 애인이 필요해

난 남들은 신경쓰고 싶진 않아

 

하지만 우리들 친구들이 본다면

나를 욕할꺼야

쇼킹 쇼킹 변명을 해봐도 쇼킹 쇼킹

너의 목소리는

쇼킹 쇼킹 니가 아니었어 쇼킹 쇼킹

 

가사는 20살 여성이 전화만남을 통해 동갑내기 남성을 만났는데 알고 봤더니 나이를 속인 16살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당황스럽겠지만 소년을 잘 다독이고 있는 모습이네요.

 

후속곡인 나는 나때때때때라는 마찬가지로 독특한 후렴구로 인기를 이어갔지만 1집의 다른 수록곡들이 대거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빛이 바랩니다. 2집의 센티멘탈’, 3집의 ‘1:1’, 4집의 ‘Fun Fun’은 들어보니 다 익숙한 곡입니다. 대만에도 진출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으며 밴드는 5집까지 낸 뒤에 해체됩니다.

 

저 정도면 아청아청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실 건데 황급히 다음 곡으로 넘어가야겠습니다. 1997년에 나온 김원준의 6집 타이틀 곡인 얄개시대입니다. 김원준 얘기는 이전 포스팅에 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오오 매느님 오오. 당시 청춘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쁘아종 역으로 나왔죠.

 

말세말세말세말세 훠-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세말세말세말세 훠 훠-

이리보고 저리봐도 어른이라 믿었는데

말세말세말세말세 훠- 누가뭐라 말을해도

말세말세말세말세 훠 훠 -

어리다고 사랑하지 말란법은 없어

그래서 너를 너를 사랑해

어려도 좋아 예쁘고 깜직한게 맘에들어

이별은 싫어 너의 비밀 나만이 간직할래

때론 애인 때론 동생처럼 사랑할테야

친구의 소개로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 너

아무 의심 하나 없이 우린 연인이 되었지

넌 뭔가 숨기듯 나를 조심스레 만났고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보았어

교복입은 짧은 단발머리의 널 (별이 반짝반짝반짝)

어려도 좋아 예쁘고 깜찍한게 맘에 들어

이별은 싫어 너의 비밀 나만이 간직할래

때론 애인 때론 동생처럼 사랑할테야

어쩌다 마주친 그대 눈빛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아 버렸네

 

친구 소개로 만난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미성년자였는데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의치 않고 사랑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김원준이 그러겠다니 완얼의 힘으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절대 나올 수 없는 가사인 건 사실입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인식이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꽤 많이 달라진 셈인데 무엇이 그런 변화를 가져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