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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천방지방의 8090 수퍼마켙

1994년 가요톱10 1위 곡 모음 - 상반기 편


눈물과 한숨의 2014년이 지났습니다. 2014년을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복고를 빼놓으면 문화계를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2013년 연말을 강타한 응답하라 1994’에 이어 2014년의 연말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접수했는데요. 몇 년 전 불었던 세시봉과 7080 바람과는 다르게 90년대 복고는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접어든 현재에 마지막 고도성장기였던 90년대에 대한 향수에서부터 현재 음악계에 대한 회의까지 다양한 원인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건 평론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여기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90년대 최고의 공중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가요톱10’1994년도 1위 곡들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살펴볼까 합니다. 곡 영상들은 가능하면 가요톱10 출연 분으로 준비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가요톱10하면 임성훈을 떠올리시겠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암보험맨으로 활약중이신 이 분이 익숙합니다. 지금이 오히려 더 젊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손범수는 1993년부터 IMF 여파로 프로그램이 종영된 1998년까지 진행했는데 당시에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도 맡는 등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15, 12, 19: 015B 신인류의 사랑(5주 연속 1, 골든컵 수상)

 

덧 : 가요톱10에서 시행하는 골든컵 제도는 한 곡이 5주 연속으로 1위를 수상하면 골든컵을 수여하고 순위에서 빼버립니다. 방영 초창기인 1982년에 조용필 선생이 '못찾겠다 꾀꼬리'로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이후로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정석원하면 지금은 백지영의 남편인 1985년생의 배우를 떠올리시는 분이 많겠지만 무한궤도를 거쳐 015B를 결성한 1968년생 정석원은 서태지, 신해철과 더불어 90년대 가요계를 삼분한 천재였습니다. 신은 그에게 감각적인 곡을 뽑아내는 재능을 주셨지만 친화적이지 못한 성격과 졸렬한 군면제도 함께 주셨죠. 머리까지 깎고 입대한 척을 하고 캐나다로 날아간 건 잘 알려지지 않은 흑역사입니다. 그의 형인 정기원은 장호일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했습니다. 신성우와 더불어 지니로 활동하기도 했고 서세원 옆에서 토크박스를 굴리는 등 동생과는 달리 예능에도 자주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토크박스는 몇 년 뒤의 일이고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객원 보컬인 김돈규만 내보냈습니다.

 


신인류의 사랑은 이 장면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1월 26일 / 2월 2일, 9일 : 미스터 투 - 하얀 겨울(3주 연속 1위)


 

 

 

박종석과 이민규의 듀오였던 미스터 투는 데뷔 앨범에 수록된 이 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2집에서도 '텅 빈 객석'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민규가 솔로로 데뷔하면서 흐지부지됩니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겨울 노래로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박정현과 김범수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민규는 '아가씨'라는 곡으로 히트하나 했지만 표절 판정을 받고 묻혔습니다. 박종석은 박선우로 개명하고 연기자로 활동중입니다.

 

 


2월 16일, 23일 / 3월 2일, 9일, 16일 : 김건모 - 핑계(5주 연속 1위, 골든컵)

 

 

유치원생이던 제게 핑계와 안개꽃이라는 낱말을 알게 해준 곡이기도 합니다. 데뷔 앨범에서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주목 받은 뒤 후속곡 '첫인상'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무서운 신인으로 등장한 김건모는 2집에서 레게리듬의 '핑계'를 앞세워 밀리언셀러를 달성합니다. 마침 전해 여름에 레게 그룹 UB40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 in Love'를 리메이크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뒤였지요. '핑계' 이후로 임종환, 투투, 룰라(그룹 이름이 애초에 'Roo'ts Of 'Ra'ggae입니다.)가 레게 열풍을 이어 갑니다. 그 와중에 김흥국도 비운의 명곡 '레게 파티'를 앞세워 숟가락 얹기를 시도했지만 대차게 묻혔습니다.

 

김건모는 1집 '첫인상'에 이어 두 번째 골든컵을 차지했고 3집에서도 문제의 '잘못된 만남'으로 골든컵을 차지했습니다. 4집 타이틀 곡인 '스피드'도 파죽지세로 인기를 얻었고 가요톱10 4주 연속 1위를 통해 골든컵을 눈 앞에 둔 찰나에 '쿵따리 샤바라'를 앞세운 신예 클론에게 1위를 내주고 맙니다. 화가난 김건모는 한참동안 KBS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풍문이 있었습니다.

 

 

3월 23일, 30일 / 4월 6일, 13일, 20일 : 김민교 - 마지막 승부(5주 연속 1위, 골든컵)

 

 

1994년 초에 MBC에서 방송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장동건, 심은하, 손지창, 이종원 등 당대 청춘스타 들이 총 출동한 농구 드라마였습니다. 농구대잔치에서 대학 팀들이 활약하면서 이상민, 서장훈, 우지원, 전희철, 김병철 등 대학생 농구선수들이 팬들을 몰고 다녔습니다. 당시 하늘을 찔렀던 농구의 인기에 편승하여 드라마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동명의 주제곡도 골든컵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표절 의혹이 제기되어 멜로디를 살짝 바꾸기도 했습니다. 김민교는 건국대 밴드인 옥슨 출신으로(종합예술인 홍서범이 몸담았던 그 옥슨입니다.) 현재도 트로트 가수로 활동중입니다.

 

 

4월 27일 : 피노키오 - 사랑과 우정 사이(1주 1위)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곡인데 원래는 김민우에게 갈 곡이었다고 하네요. 피노키오의 보컬 김성면은 이후 K2를 결성하여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연인에게' 등을 부릅니다.

 

 

5월 4일, 11일 : 신효범 - 난 널 사랑해(2주 연속 1위)

 

 

호소력 짙은 디바 신효범의 4집 수록곡으로 그녀의 최대 히트곡입니다. 최근에는 나가수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5월 18일, 25일 / 6월 1일, 8일 : 이상우 - 비창(4주 연속 1위)

 

 

 

1990년대 초반 최고의 남자 가수 중 한 명이었던 이상우는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슬픈 그림 같은 사랑'으로 데뷔합니다. 당시 유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지던 상황에서 웬 키 큰 아가씨 한 사람이 나타나서 경합을 벌이는데요. 결국 대상은 그 아가씨에게 돌아가고 이상우는 금상을 수상합니다. 대상 수상자는 바로 '담다디'의 이상은이었지요.

이상우는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이젠', '하룻밤의 꿈' 등으로 인기를 끌었고 적절한 입담으로 예능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히트곡인 '비창'은 SBS 드라마 '결혼'의 삽입곡입니다. 발달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모습이 '인간극장'에 방영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연기자로도 활동중입니다.

 

 

6월 15일, 22일, 29일 / 7월 13일, 20일 :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5주 연속 1위, 골든컵)

 

※ 7월 6일에는 상반기 결산 특집으로 순위 집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미칠듯한 더위와 김일성 사망으로 기억되는 1994년 여름을 강타한 곡입니다. '핑계'로 촉발된 레게 열풍을 이어간 곡인데 마로니에 3집 녹음을 마치고 보컬 신윤미가 도미한 사이에 이 곡이 큰 인기를 끌자 원곡을 틀고 다른 멤버가 립싱크를 하는 식으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에 신윤미는 음반사에 소송을 제기하고 마로니에는 인기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립싱크 시대의 서막을 여는 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