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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음감대♬/로우파이의 낮은소리

로우파이의 낮은소리_추남추녀의 계절

로우파이의 낮은소리_추남추녀의 계절


어느 덧 10월도 끝자락을 향해가고 있다 ㅡ  

늦은 여름과 가을 사이 잔뜩 익은 은행나무 열매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모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색이 곱지만 생기를 잃어버린 나뭇잎의 ‘바삭바삭’한 소리가 들리는 가을의 중턱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 간절기의 시간이 주는 감정은 여느 계절과 다르게 ‘애매하다’.


선선한 낯선 바람내음에 마음이 괜시리 싱숭생숭 해지고 

뭔가 여름동안 한 장으로 충분했던 셔츠 대신 무엇인가를 껴입어야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과 

차가운 아메리카노보다는 따뜻한 라떼가 고픈 ㅡ 

그리고 저도 모르게 외로움과 우울함이 간질간질 다가온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요사스런 마음씨가 들 때면 우리는 ‘가을탄다’라고들 한다.

특히 일조량과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철에는 정신과 상담이 부쩍 늘어난다는 뉴스는

그저 나만이 잠깐 느끼는 감정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왜 유독시리 가을은 이 쓸쓸함과 잘 어울리는걸까?


우울이 주는 특유의 냉소적 분위기는 멋과 낭만으로 치부되기도한다.

어쩌면 가을을 타는 ‘추남추녀’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가을이 그 어떤 계절보다도 낭만적이라는 뜻 아닐까.


누군가가 내게 우울함을 해소하는 방법을 묻는다면,

‘우울함은 우울함으로 잡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매사 감정이라는 것에 부끄러워하는 우리는 ㅡ


그놈의 우울함을 덜어내려 애써 무관심해지기 시작한다면

그 조그마한 구멍은 나중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 메마른 도시남녀들이여

이번가을에 문득 우울함이 당신에게 다가온다면

원없이 추남추녀가 되어보자.

당신에겐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Today's Pick : 우울한 당신과 함께 해 줄 여자싱어들의 노래 3가지




<Sophie Hunger_Monday's Ghost(09)_Shape>

소피헝거Sophie Hunger는 독일계 스위스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은 가을과 유난히 잘 어울린다.

2006년 데뷔 이후, 지금도 유럽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노래 ‘Shape'은

시종일관 읊조리는 듯 하다가도, 휘몰아치며 공허한 마음을 표현한다.

이 앨범에서는 영어 가사 뿐 아니라 그녀의 출신 배경인 독일어 가사가 함께하는데, 

그 억양마저 매력적이다.

포크와 블루스가 적절히 섞인 'Monday's Ghost'앨범은 Shape외에도 모든 곡이 명곡이니 강력 추천한다.



<Fiona Apple_Across the universe>

피오나애플Fiona Apple은 18살 어린나이에 데뷔하였는데, 

그 노래의 드러나는 음울함과 은근한 반항심은 무척이나 도발적이고 아름답다. 

피오나 애플은 그녀만의 분위기가 담긴 노래로 음악 경력을 꾸준히 성장시켜 왔다.

이 노래 ‘Across the universe’는 너무나도 유명한 비틀즈의 노래를 커버하였는데,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난장판의 현장에서 능청스러워 보일 정도로 태평한 피오나 애플의 모습과 나른한 목소리는 

‘제발 혼자있고 싶습니다. 전부 나가주세요.’ 라고 하는 나의 모습같아 웃프기만하다.

Jai guru deva om! 현자여 이 무지렁이에게 깨달음을 주세요.............



<사람12사람_캄캄한 밤>

올해 봄부터 쭉 주시하고 있는 뮤지션이 있는데, 사람12사람이라고.

여자 싱어인 지음과 DJ 겸 프로듀서 은천, 두 명의 남녀로 구성된 팀이다.

사실 춤추기에 적합한 일렉트로닉 뮤직은 내 귓맛에 영 맞질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렉트로닉 뮤직은 가끔 나를 우주로 보내버리는 매력이 있어서 자꾸 듣게 된다. 응 근데 이게 그렇다.

현재 EP앨범을 발매한 이들은, 독특하게도 CD와 LP타입을 통해서만 음원을 유통하고 있고, 

유투브 및 사운드 클라우드 등과 같은 지극히 제한적인 플랫폼으로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

(즉, 음악 포털을 통한 유통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뜻) 

다른 노래들도 굉장히 좋으니 우울함이 고플때는 한 번 들어보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