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파이의 낮은소리_병맛에 중독된 한국인
- 팍팍한 일상의 무안단물 같은 ‘병맛’이여
시절이 하 수상하여 하늘보기 힘든 요즘,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고물가 저금리 시대, 어린이 행복지수 꼴찌, 고스펙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과
OECD 가입 기준국 노동시간 제 2위에 빛나는 이 시대의 가장들과 일꾼들,
전 세대를 둘러봐도 회색 낯빛의 삶이고 갑갑하기만 하지 않는가.
[오예 ㅡ !]
팍팍한 우리네에게도 무안단물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
바로 ‘병맛’이다.
* 보통 ‘병맛’의 의미는 굉장히 광활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위키백과를 참조하도록 하겠다.
(http://ko.wikipedia.org/wiki/%EB%B3%91%EB%A7%9B)
- ‘병맛’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였다.
사실 이러한 병맛 코드는 요즘 들어 부쩍 주목받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조상님들이 대대손손 물려준 재치와 영민함 덕분에
우리는 역사 속에서도 쉬이 지금의 병맛 코드들을 발견 할 수 있는데,
탈춤만 보아도 그렇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뭔가 괴랄(?)한데다,
스토리는 아침드라마에 버금가는 막장이 펼쳐지지 않는가.
사실 병맛 코드는 대중들의 생활문화와 예술 속에서 오랫동안,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다.
[심지어 의복과 식문화에서도 함께하는 ‘병맛’, 그는 우리의 든든한 친구이다.]
* 위 의상과 음식들을 얕잡아보거나 가치를 낮추어 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세기말에 들어 이러한 사조는 ‘엽기’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나타나는데,
인터넷이라는 통신 문화와 엮여 사진, 동영상, 플래시 플레이어 등 멀티미디어를 적극 이용하였다.
또한 ‘바부 코리아’, ‘웃긴대학’, ‘디씨인사이드’ 등의 채널들의 존재로 콘텐츠들이 간편하고
매우 빠르게 대중들 사이에 공유하도록 하였고, 두터운 신봉자들을 만들어 냈다.
[당신은 졸라맨과 엽기토끼, 노랑국물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대중음악에서도 다름 아니다.
음악 소재로서의 병맛 코드는 시대와 장르 속에서 길게 자리 잡았다.
내 생각엔 대중음악, 그러니까 유행가 안에서 처음 익살과 해학이 함께한 노래는 아마 ‘만요’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 영향으로 엔카와 트로트, 세련된 민요가 불리던 시절
코믹한 가사와 음율로 당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오빠는 풍각쟁이야, 빈대떡 신사, 세상은 요지경, 서울구경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병맛 코드는 키치, 아방가르드와 그 궤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인디음악, 록 음악을 하는 밴드들에게 두루 활용됨으로서 음악 뿐 아니라
아티스트 스스로가 독창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데 일조했다.
(물론 이를 ‘병맛’이라고 정의하기엔 다소 애매모호한 감이 있지만 말이다.)
이러한 병맛 코드는 최근 들어 꾸준히 주목받고 있음에 틀림없다.
보다 노골적이고 공격적으로 이를 드러낸 노래들과 아티스트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보면 말이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이 즉각 보인다는 점은
음악 생산자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왜 ‘병맛’을 사랑할까.
병맛의 매력은 함께하여 권위가 없고, 예측 불가능하며, 요상한 카타르시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경직되고 기성적인 분위기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일까?
병맛이 주는 특유의 우스꽝스러움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병맛 코드를 이해하고, 웃으며 동감 할 줄 아는 우리들은 ㅡ
겉으로는 군중 속에서 튀는 것을 두려워하고, 점잔을 빼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발랄한 재치와 유머러스함을 간직한 사람들일 것이다.
- 병맛의 부작용, 우리는 정말로 이대로 괜찮은 걸까?
늘 그렇듯 과유불급이라고.
어쩐지 우리는 ‘병맛’이 없으면 어느 순간 금방 지루해짐을 느끼고,
진지함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진지함은 ‘쿨하지 못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중 2병, 허세’ 라는 단어가 과용되고 있고,
그 의미 역시 뭔가 퇴색되어 이제는 진지함에 있어서 알러지 반응 마냥 도리질을 치는 대중들도 보인다.
심지어 더 나아가면 이게 병맛인지 병신인지 구분 못하고 재밌다며 날뛰는 분들도 더러 있다.
사실 우리 삶에서 모든 것이 가볍고 즐겁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나를 찌질하게 만드는 어려움, 그리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많은 절차들과 쓴 맛의 고난들 역시 만만치 않게 우리 앞에 있다.
이 역시 우리가 잊지 않고 즐겨야 할 것들이다.
곱씹어야 제 맛이 있는 고전의 재미를 느껴봄직도 하건만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가 진짜 생각해 봄직한 일들을 쉬이 지나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만의 기우이길 바란다.
나 역시 ‘병맛’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는 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 즐겁게 살자.
편식은 몸에 해로우니까.
- Today’s Pick 크레용팝과 오캬는 잠시 제쳐두고 인디음악에서 꼽아보는 그놈의 ‘병맛’
올라이즈 밴드의 ‘초인 술퍼맨’,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우승민’으로 기억될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는 5장의 정규앨범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뮤지션이다.
굳이 내가 이것을 꼽은 이유는, 아마도 내가 머리털 나고 처음 느꼈던 ‘병맛’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는 그의 1집에 수록된 노래인데, (참고로 1집 진짜 명반이다. 난 좋아한다.)
중학생 때 점심시간마다 껌씹는 애들이 교탁 옆 시청각용 컴퓨터와 프로젝터 TV를 틀어놓고
화기애애하게 교우들과 문화생활을 하곤 했었는데,
그 때 ‘바부코리아’에서 초인 술퍼맨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너나할 것 없이 게걸스럽게 웃어대었다.
사실 지금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땐 왜 그랬나 몰라. 막상 올라이즈 밴드의 앨범을 사게 된 건 대학생 때였는데,
그가 직접 일일이 사인하고 포장하여 보내준 가내수공업 유통에 감명 받은 기억이 있다.
이젠 애도 낳으시고 당당한 가장이 된 그, 앞으로의 행보를 여전히 기대한다.
황신혜 밴드의 ‘짬뽕’, 아마도 누군가는 이 밴드의 노래는 아니더라도,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의 소설과 동명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에서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황신혜 밴드는 97년 ‘만병통치’를 통해 데뷔하여, 올해 4집 ‘인간이 제일 이상해’를 발매하였다.
황신혜 밴드, 범상치 않은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노래부터 시작하여 앨범 부클릿까지 지극히 의도된 촌스러움과 익살스러움을 통해 ‘병맛’을 살리고 있다.
긴 공백기를 깨고 신보를 발매한 만큼 이 특유의 분위기 쭉 간직하셔서 오랫동안 라이브 무대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P.S – 우리는 모두 ‘불량식품’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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